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산용담
산속에 용이 산다기에 찾아 나섰더니
용소 와룡담 구룡담에도 용은 보이지 않고
이미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비룡폭포
희멀겋게 물줄기만 쏟아져 내리더라
소에 들어 폭포수 뒤집어쓰며 흘린 땀 섞어놓고 보니
허물 벗는 물보라
벌거벗은 내 몸을 휘어감고 달라붙는
조각조각 비늘마다 검붉은 무지개가 뜨더라
처음부터 용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니었는데
애초에 용이 산다는 말을 믿은 것이 잘못일까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끝내 보여주지 않는 야속함이 왜 그리 서러운지
헉헉거리며 뱉어놓은 울음소리
폭포 물줄기 타고 하늘 오르다
등성이 감고 도는 산안개 비구름 위에서 미끄럼을 타더라
무슨 아픈 사연이 있었겠지
애써 가슴 쓸어내리며 돌아서서 설악골을 나오는데
달려오며 찍어놓은 발자국마다 울려 퍼지는 종소리
이 산 저 산 메아리로 흩어지며
희노랗게 꽃이 피고 있더라
산용담은 그렇게 피더라
※ 산용담 :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백두대간 북부의 높은 산에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넓은 피침형 또는 넓은 선형으로 끝이 둔하고,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피침형이며, 밑부분이 합쳐져 엽초로 되어 있다. 8~9월에 연한 황백색 바탕에 청록색 점이 있는 꽃이 긴 종 모양으로 피는데 꽃자루가 짧고, 꽃부리가 5개로 갈라진다. 10월에 좁고 긴 모양의 열매가 익으면서 2개로 갈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