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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6)

노간주나무를 바라보며

[잎]

 


[줄기]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노간주나무를 바라보며


버짐 먹은 겨울
각질이 비듬으로 부서져 내리는 몸살을 앓는다
해마다 어머니 忌日에 맞춰
찾아오는 사고후유증이다

그렇게 며칠을 앓고 나면 상고대처럼 맑아지는 머리
가벼운 가슴
근린공원의 노간주나무를 보러간다

언덕 위에 올라서야 내려다볼 수 있는 덩치 큰
겨울 노간주나무
더 이상 갈라지고 떨어질 껍질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듯
늙어갈수록 매끄러워지는 줄기
이파리까지 온몸이 검은빛이다
밑동은 커다랗게 썩은 구멍이 뚫려 있다
아직도 시퍼렇게 설익은 열매
지난봄 꽃피운 흔적을 품은 채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臨終은커녕 葬禮에도 참여 못했던
生前의 어머니를 닮았다

그래도 저 열매는
내년 가을 어머니 얼굴처럼 검게 익겠지

젊은 날 한때 찬란하게 꽃 피웠으면 뭐하랴
일찍 단풍 들어버린 내 몸
여직 꺼칠꺼칠한 피부 언제쯤 저토록 매끈해질 수 있을까
아직도 푸른 나의 열매
다음 가을에는 검게 익을 수 있을까

평생 칠남매 품어 키우며 쪼그라졌어도 氣槪 쩡쩡했던,
겨울을 앓는 나를
숨 넘기는 마지막까지 애타게 불렀다는
어머니,
노간주나무 잎처럼 가시 돋치는 그리움
한겨울 忌日이 오고
또 몸살을 앓아도
꿈에라도 끝내 한 번 뵈지 않는다

어릴 적 고향의 동네어른 墓地에서 자주 대하던
泰山 같던 노간주나무
오늘밤 꿈속에서 대신 보고 싶다





※ 노간주나무 : 측백나무과의 상록성 침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기슭에 자생하는데 특히 석회암 지대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곧게 자라며 나무 전체의 모습이 길쭉한 원뿔 모양이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얕게 갈라지며 어린가지는 밑으로 늘어진다. 잎은 바늘 모양으로 3~4개씩 돌려나는데 끝이 뾰족하며 앞면에 흰색의 좁은 홈이 있다. 암수딴그루로 4~5월에 황갈색의 암꽃과 수꽃이 피고, 다음해 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두송실(杜松實)」이라 하여 열매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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