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멱쇠채
봄의 멱살을 잡고
왜 늦게 왔느냐고, 샛노란 북채 하나
산발한 머리카락 곤두세우며 왼종일 쇠북을 두들긴다
물미역같이 미끄덩미끄덩
요리조리 바람사이로 빠져나가는 햇살을 후려친다
지난겨울이 얼마나 시리도록 멍들었길래
북채 끝에서 눈부시게 찢어지는 종소리
허옇게 각질로 쌓여
이파리마다 쭈글쭈글 비틀리고 오그라들었을까
오랜 시간 목 빠지게 기다린 걸 뻔히 알면서도
끝내는 그리 화를 내게 하다니,
멱살 잡힌 채로 오라지게 맞을 만도 하겠지
더디 가는 겨울이나 늦장 부리는 봄이나
그러고 보면, 지지리 굼뜬 걸음새
참 인정머리 없다 하겠지
그러나 잘못을 따지지 마라
이미 여러 번이나 꽃샘추위에 얻어맞은 몸
이제야 겨우 여기저기 꽃잎 쏟아내는 걸 보면
분명 또 탈이 났음이야
그러니 겨울잠 깊이 자고 일어났으면, 저 환장할 봄을
배탈 난 아이 어루만지듯
어머니 약손으로
봄날 내내 환한 미소 가득 채우는
말없이 그냥 꽃이면 되지 않겠니
※ 멱쇠채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제주도와 전라북도 어청도 이북의 산이나 들의 양지쪽에 자생한다. 뿌리는 굵고 길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오는데 좁은 피침형으로 로제트 모양의 방석처럼 퍼지는데 잎몸이 쭈글쭈글하고 가운데가 V자로 홈이 지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을 자르면 흰색의 즙액이 나온다. 4~6월에 긴 꽃줄기가 나와 그 끝에 노란색의 꽃송이가 한 송이씩 위를 향해 피고, 7~8월에 선형(線形)의 열매가 흰색으로 익는데 연한 갈색의 갓털(관모)이 달려 있어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진다. 어린잎과 연한 꽃줄기를 식용하고, 한방에서「선모삼(仙茅蔘)」이라 하여 뿌리를 약재로 쓴다.「쇠채」에 비하여 잎이 넓고 말린 미역처럼 쭈글쭈글하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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