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시집 (6)

은난초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은난초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꽃들은
한결같이 치마를 입을 줄 모른다

뽀얀 얼굴 늘씬한 저 키에
초록치마 하얀 블라우스 받쳐 입으면 얼마나 예쁠까
늘상 바지로만 꼭꼭 싸매고
보일락 말락 꽃잎 살짝 오므린 채로
도통 속을 내보이지 않는 그대를 보며
치마는 왜 입지 않느냐고 말 꺼내어 붙이지도 못하면서
한번쯤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유 없이 괜한 상상을 한다

저 봉긋한 젖가슴
잘록한 허리
긴바지를 입어 더 풍만해 보이는 궁둥이
분명 85B컵 100의 화이트그린민트 브라팬티를 입었음인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굴 붉게 달아오른다

저토록 새하얀 살결 받치고 있는 날씬한 몸매에
더불어 갖춘 어여쁜 마음씨면 그만이지,
무엇 때문에 쓸데없는 욕심을 더 내려하는지
얼핏얼핏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실루엣을 볼 때마다
피시싯 웃음이 나온다

이미 서로 사랑하고 있으면서 무슨 짓인가
문득문득 일어나는 짓궂은 충동
거울로 가리며 애써 누른다



※ 은난초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산지의 숲 밑에서 자생한다. 줄기는 곧게 선다. 잎은 어긋나는데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밑동이 줄기를 감싼다. 5~6월에 새하얀 꽃이 줄기 끝에서 여러 송이가 모여 피는데 꽃잎이 완전히 열리지 않고 반쯤 오므린 채로 꽃의 속을 보이지 않는다. 9~10월에 골이 파인 긴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다음해 꽃이 필 때까지도 남아 있기도 한다. 한방에서「은란(銀蘭)」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야생화 시집 (6)'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도둑놈의갈고리  (0) 2014.09.19
은대난초  (0) 2014.09.12
덩굴별꽃  (0) 2014.08.15
금강애기나리  (0) 2014.08.05
고구마꽃  (0) 201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