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
[줄기]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서어나무
여름 산행길
서어나무 푸른 열매조각들이 땅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다
애인께서 벗어놓은 외씨버선이다
치료가 필요 없는 서쪽으로 가는 나무에 매달려도 끝내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떨어진 영혼들
발목을 잡는다
밟지 않으려 주저주저 걸음 옮기지 못하고 빈틈 찾느라 붙잡혀 헤맨다
한철을 살아온 목숨 비록 주검으로 누웠어도 어찌 밟으랴
올려다보면 멀쑥하게 키만 큰 서어나무 하늘 가리고 서서 내려다보며,
곧 거름될 벗어놓은 몸뚱이 한낱 껍데기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까지 벗으라며 잎그늘 푸른 바람으로 죽비를 친다
암, 살아야 생명이지
그러나 제 할 일 하고 아름답게 죽은 숭고한 주검을 어찌 생명 아니라며 밟을 수 있으랴
그렇다고 거죽만 붙잡고 통곡하며 가야할 걸음 옮기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후회는 또 어쩌랴
하잘것없는 것들이 커다랗게 보일 때가 있다
때론 주검을 밟고 넘어야만 한다
작은 사랑을 버려야 큰 사랑이 온다
진흙탕에서 연꽃이 핀다
수많은 잠언들이 쿵, 가슴 때리며 귓속으로 들어오는
서어나무에게서 다시 깨닫는 暴炎 속 시원한 산행이다
※ 서어나무 : 자작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의 산기슭 숲 속에 자생한다. 나무껍질은 검은 회색으로 단단하고 울퉁불퉁하면서도 매끄럽다. 잎은 어긋나는데 타원형 또는 긴 계란형으로 어릴 때는 붉은빛을 띠고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으며 뒷면 맥 위에 잔털이 나 있다. 암수한그루로서 4~5월에 황록색의 암꽃과 황적색의 수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아래로 처진다. 암꽃이삭은 자루가 있고 각 포(苞)에 두 송이씩 달리는데 암술대가 두 개다. 수꽃이삭은 각 포(苞)에 한 개씩 달리는데 수술이 8개이다. 5월부터 넓은 계란형의 열매를 맺어 10월에 갈색으로 익는데 열매이삭에 잎 모양의 포(苞)가 성기게 들러붙어 아래로 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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