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쥐방울덩굴
다들 예쁘다고 말하는
화단이나 온실에서 곱게 자라는 얼굴 몸매 크고 화려하게 옷 치장한 꽃보다는
세찬 비바람을 맞고도 꼿꼿이 서는 작은 들꽃
맨얼굴이 더 아름답다
오래도록 마른장마 계속되고 폭염과 열대야 길어져 여름가뭄 끝이 없는 요 몇 년 사이
원예화초는 쉽게 말라 시들어도
이쯤이야 끄떡없다는 들꽃,
참 아름답다 못해 예쁘기까지 하다
저 쥐방울덩굴,
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조금이라도 기댈 곳 있으면 악착같이 휘감고 오르는 삶이어도
칡이나 藤처럼
담쟁이처럼
가시박처럼
어느 누구를 피 말리지 않는,
덩굴로 살아도 이래야 한다는 숭고함마저 가르쳐주는
그가
꽃이 귀를 닮은 게 탓이었는지
그래서 세상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죄다 담아 듣고 살아온 게 화근이었는지
하도 작아 쥐방울이란 이름 달고도 억울해 하지 않는, 쥐방울처럼 단단해서 더 부러운, 그가
길고긴 폭염과 열대야를 견디지 못하고
심한 귀앓이를 했다
못된 세상일 눈꼴사나운 것 보지 말라고
몇 년 전부터는 눈이 침침해졌는데
더는 듣지도 말라는 뜻인지
갑자기 들이닥친 중이염
황당한 답답함이 폭염 열대야보다 더 깊었다
구불구불 살아온 죄라서
장님에 귀머거리
억울할 것 없다며
아직 벙어리는 아니지 않느냐고 허허 웃어넘기는 얼굴,
수술 받고 나서도
올가을은 하늘이 더 높이 파래졌다고 한껏 팔 벌리는 웃음
색소폰처럼 묵직한 목소리로 안부 전해 온다
수술 잘 마쳤어도 먹먹하고 답답함은 여전할 것인데,
곁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그가 오늘따라
어른어른 눈앞에 그림자로 얼룩진다
※ 쥐방울덩굴 :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성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 숲 가장자리에 자생한다.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를 자르면 흰색의 유액(乳液)이 나온다. 잎은 어긋나는데 심장형으로 잎자루가 있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약간의 흰색을 띤다. 7~8월에 황록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여러 송이가 피는데 꽃받침은 통 모양으로 밑부분이 둥글게 커지고 안쪽에 긴 털이 있으며 윗부분은 나팔 모양이다. 한쪽 꽃받침 조각이 길어져 입술 모양이 된다. 6개의 수술과 6개의 암술대가 있는데 암술대는 합쳐진다. 10월에 둥근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밑에서 6개로 갈라져 각각 암술대에 매달려 낙하산 모양으로 벌어진다. 한방에서 뿌리를「청목향(靑木香)」이라 하고, 열매를「마두령(馬兜鈴)」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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