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시인협회

제64회 한국시인협회 정기총회와 제55회 한국시인협회상 시상식






제64회 한국시인협회 정기총회와 제55회 한국시인협회상 시상식



  한국시인협회의 시상식과 정기총회가 2023년 3월 3일 금요일 오후 16:00시 ‘문학의 집 ․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행사가 중단되었다가 3년 만에 다시 개최된 행사입니다. 약 8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모두들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오래 만에 다시 만나니 여간 반갑고 기쁜 게 아니어서 서로 악수를 나누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느라 들떠 있었습니다.
  사무총장 김재홍 시인의 사회로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국민의례와 먼저 간 선배 작고 시인에 대한 묵념을 한 후에 먼저 성원보고가 있었고, 2022년 사업보고를 영상으로 감상하였으며, 감사 서영택 시인이 2022회계년도의 감사 보고가 있었습니다. 2022회계년도 입출금 내역에 대한 결산보고서의 설명은 배포한 유인물로 대체하였습니다.
  그리고 회장 유자효 시인의 인사말씀과 함께 2023년 한국시인협회의 사업 계획에 대한 설명이 있은 다음 한국시인협회상 시상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먼저 심사위원장 오세영 시인이 심사경위와 심사평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55회 한국시인협회상은 홍사성 시인이 시집『샹그릴라를 찾아서』로 수상하였고, 제19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에는 기혁 시인이 시집 『다음 창문에 가장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로 수상하였습니다. 한국시인협회상은 허영자 시인이 시상하였고 수상자 홍사성 시인의 수상소감을 들었으며, 젊은시인상은 이건청 시인이 시상하였고 수상자 기혁 시인의 수상소감을 들었습니다.
  또한 금년부터 신설한 특별상 시상식도 있었는데, 곽인숙 시인이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 소리』로 수상했습니다. 회장 유자효 시인의 설명에 의하면, 인생 100세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시단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면서 60대, 70대에 등단해서 한국시인협회에 가입한 이들은 한국시인협회 정관에 따라 등단 15년 이상인 한국시인협회상 심사 대상의 자격 요건이 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젊은시인상 후보로도 어색해 주로 젊은시인들이 심사 대상에 오르는데, 그러나 이분들의 한국시인협회 기여도는 매우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점을 감안하여 특별상을 제정하였다고 하며, 이번에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 소리』로 높은 문학적 성취가 인정된 곽인숙 시인께 특별상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특별상은 회장 유자효 시인이 시상하였고 수상자 곽인숙 시인의 수상소감을 들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신달자 시인의 축사를 듣는 것으로 모든 행사를 마치고 폐회하여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는 식장에 마련한 출장 뷔페식 만찬으로 담소를 나누며 뒤풀이를 했습니다.

  여기에 ‘한국시인협회상’과 ‘젊은시인상’ 수상 시인의 대표시, 그리고 ‘특별상’ 수상 시인의 대표시를 함께 올린다.

---------------------------------------------------------------------------------------------------------------------------------------------

[제55회 한국시인협회상]








덜 된 부처


홍   사   성
시집 『샹그릴라를 찾아서』(책만드는집, 2022)





실크로드 길목 난주 병령사 14호 석굴입니다.

눈도 코도 귀도 입도 없이 겨우 형체만 갖춘
만들다 만 덜 된 불상이 있습니다

다 된 부처는 더 될 게 없지만
덜 된 부처는 덜 돼서 될 게 더 많아 보였습니다

그 앞에 서니 나도 덩달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 홍사성
   ▪ 강원도 강릉 출생.
   ▪ 2007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 시집 : 『내년에 사는 법』, 『고마운 아침』, 『터널을 지나며』, 『샹그릴라를 찾아서』.
   ▪ 현재 《불교평론》 주간.

---------------------------------------------------------------------------------------------------------------------------------------------

[제19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노련한 강물과 오늘의 슬픔




기      혁
시집 『다음 창문에 가장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리메로북스, 2022)



마음이 아플 땐 돌멩이를 던진다

광물에 남겨진 시간을 떠서
허공의 정점에 풀어놓고 싶은 것이다

서로 다른 지층에 묻힌 응어리가 옹기종기
조약돌로 평화로운 정오에도
물수제비뜨는 연인의 돌멩이는
수면 가장 높은 곳까지 떠오른다

지상에서 처음 타인의 마음에 가닿았던 흔적들
돌멩이를 집어 들던 무수한 감정은
강물 위에서도 깊고 거대한 속내를 지닌다

이별의 방향으로 벼름하는 생활을 거슬러 올라,
매 순간 허공을 쥐는 손아귀를 본다
더 큰 사랑을 바라보고
더 큰 빈 곳에 휘청거리던
저녁의 저글링

돌멩이에겐 곡예사의 어투를 물려받은 조상이 있다

분장이 다 번진 얼굴로
거들어줄 손 하나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 기혁
   ▪ 1979년 경남 진주 출생.
   ▪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 2010년 《시인세계》로 詩 등단.
   ▪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문학평론 등단.
   ▪ 시집 :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소피아 로렌의 시간』, 『다음 창문에 가장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
   ▪ 제3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

[제1회 한국시인협회 특별상]








 능내역에서




  곽   인   숙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 소리』(현대시학, 2022)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동네, 그리운 사람보다 어둠이 빨리 도착합니다

  오백 년 보호수를 바라보면 멀어진 시간이 하나로 모이듯 내(川)를 이룬 물길도 은하에 닿습니다

  유실된 내 기억을 좇아 하루치의 생각을 갈무리하는 익숙한 풍경을 벗 삼아 능내에 젖고 있습니다

  마음의 길은 갈등을 벗어났을까요

  마음의 갈등에서 길을 찾았을까요

  모른 척 무임승차해도 마음이 닿는 쪽으로 기차는 떠납니다

  능내역에서 배웅의 형식은, 언제나 운길산에서 시작해 남해바다로 맺습니다

  적막보다 깊은 능내역에서 호젓한 이정표가 되어 서 있습니다



* 능내역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능내역은 1956년 중앙선 철도가 정비되면서 역이 신설됐지만 2008년에 폐역이 됐다.







◆ 곽인숙
   ▪ 경남 남해 출생, 경기도 남양주 거주.
   ▪ 2019년 《시와편견》으로 등단.
   ▪ 2021년 《미래시학》으로 재등단.
   ▪ 시집 : 『동심원 연가』,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 소리』.
   ▪ 2021년 제1회 신정문학상 대상 수상.
   ▪ 2021년 안정복문학상 장려상 수상.
   ▪ 2021년 제2회 남명문학상 우수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