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입춘을 지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봄빛을 띠어가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벌써부터 짙푸른 잎의 빛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새벽지기님, 안녕하세요? 오는 2월 15일은 둘째가 중학교를 졸업하는 날입니다. 국악방송 청취자 분들과 함께 축하해 주세요. 그리고, 우리 둘째가 좋아하는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를 신청곡으로 희망하오니, 2월 15일 방송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저의 졸시 한 편과 함께, 지금 시골에서 인터넷으로 국악방송을 듣고 있을 아들에게 서울에서 아버지가 축하의 글을 보냅니다. 아들아,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한쪽 눈이 시력 - 0.3으로 보이지 않아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해가며 고치려고 해 보았지만, 모두가 허사가 되어버려 언제나 가엽기만 한 네가, 그래도 그늘없는 밝은 얼굴로 씩씩하게 커 주었고, 또한 사춘기도 아무런 방황 없이 잘 넘겨 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대견스러워 하면서도, 성장을 지켜볼 때마다 부모된 내 가슴이 항상 쓰리고 아파 코끝이 시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벌써 다 자라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구나. 아버지가 홀로 멀리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느라고 항상 네 곁에서 정감어린 사랑 한 번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었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雪中梅 김 승 기 모두들 꿈에 취한 겨울잠 불면증에 시달리다 홀로 벙그는 꽃눈 바라보는 눈길 아프다 성한 가지에 찔려서 얼어붙은 2월의 하늘 째앵 금이 가다 생채기 위로 스며나오는 血點 몇 방울 가슴 시리다 그 위로 번지는 그리움 떨어지는 눈발 녹아 내리다 갈수록 더럽혀지는 세월 속으로 사라져 간 선비와 함께 우리들 눈에서 희미해진 사군자의 영혼, 詩書畵帖에서 한 폭의 水墨圖로 남아 雪中梅는 그렇게 오늘을 지키고 있다 2002. 2. 9 오전에 아침햇살을 받으며 우리의 꽃, 야생화의 시인 夕塘 金承基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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