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위한 한시집 [나를 부르는 이름, 그대는 꽃이어라] 花兮愛而羞恨也 維時歲甲申夏天 西紀曆二千四年 長霖七月十三日 久曇雨中一晴乾 戀情慕花見心溢 尋訪草烏威靈仙 登攀北漢道峰山 地楡升麻威岩仙 獨活假虎皮百合 藿香三枝鐵線蓮 龍膽朝鮮珍珠菜 續斷根葉鐵線蓮 柴胡白薇蛇床子 敗醬藜蘆北景天 桔梗香蔘石龍膽 松葉百合紅景天 遭英多芳喜樂顔 斜陽至暮笑韶泉 飮感一杯下山酒 歸家夜中京街邊 被逃走交通事故 當害深傷頸椎肩 氣絶昏睡覺醒後 重患者室臥躬焉 全身痲痺肢不動 悲運憾慨萬思淵 持所無者施人務 得疾歸鄕何事然 前生有罪泰巨成 今世受罰由苦緣 治療續繼微擧行 手步障碍痛骨穿 救病期間弗限定 漸慟加愁嘆聲川 汝在咫尺未近接 花兮呼我羞恨專 只野路卉對可談 惟蘂幽谷愛志傳 不陞高原弱恙軀 須草木等恕諒憐 <꽃아! 사랑한다, 미안하다> 때는 바야흐로 甲申年 여름 서기 2004년 7월 13일 긴 장마철 오래도록 흐리고 비오고 하던 중에, 하루 날씨 쾌청하여 그리운 꽃들 보고 싶은 마음이 넘쳐 으아리와 투구꽃 찾아 북한산과 도봉산을 올랐네. 오이풀 승마 꿩의다리아재비 독활 중나리 배초향 할미질빵 용담 참좁쌀풀 속단 사위질빵 시호 백미꽃 사상자 마타리 박새 기린초 도라지모시대 구슬봉이 솔나리 돌꽃 등, 많은 꽃들이 기쁘게 나를 반겨 해 저물도록 즐거움 샘솟았네. 고마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와 下山酒 한 잔 하고 귀가하던 서울의 밤거리 도로변에서 당한 뺑소니 교통사고, 깨어나 보니 頸椎를 크게 다쳐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네. 전신마비로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슬프고 서러운 운명에 온갖 상념이 연못을 이루네. 아무 가진 것 없어도 남에게 베풀며 살려고 힘써 왔는데, 어찌하여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와야 했는가. 전생에서 지은 죄 너무 커, 이생에서 罰로 갚아야 하는 괴로운 인연이었던가. 계속 치료받으며 요양하여 조금씩 거동은 할 수 있지만, 거추장스런 팔다리의 장애 고통이 뼛속을 뚫는구나. 한정 없는 치료기간 서러움만 점점 더해져 시름과 한숨소리 냇물을 이루네. 나를 부르는 꽃이여! 그대 지척에 있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으니, 오로지 미안하고 한스러울 뿐이어라. 다만 들길가의 꽃과는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지만, 높고 깊은 골짜기의 꽃들에겐 사랑을 전하는 마음뿐이어라. 풀 나무 사랑하는 꽃들이여! 산을 오를 수 없는 병든 몸, 모름지기 불쌍히 여겨 넓은 마음으로 용서를 바라노라. ※ 草烏(투구꽃), 威靈仙(으아리), 地楡(오이풀), 升麻(승마), 威岩仙(꿩의다리아재비), 獨活(독활), 假虎皮百合(중나리), 藿香(배초향), 三枝鐵線蓮(할미질빵), 龍膽(용담), 朝鮮珍珠菜(참좁쌀풀), 續斷(속단), 根葉鐵線蓮(사위질빵), 柴胡(시호), 白薇(백미꽃), 蛇床子(사상자), 敗醬(마타리), 藜蘆(박새), 北景天(기린초), 桔梗香蔘(도라지모시대), 石龍膽(구슬봉이), 松葉百合(솔나리), 紅景天(돌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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