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좀보리사초
아무것도 없다
소금기 찌든 모래밭이
내 삶의 전부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조금과 사리
작은 물살에도 흩어지는 모래알
꽉 움켜잡고
홀로 일어서야 한다
언제 휩쓸릴까
쭈뼛쭈뼛 곤두서는 머리칼,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듯이
내일도 또 그럴 것이다
거센 바람 막아내고
온몸으로 땡볕 받아내려면
억세고 단단한 이파리로
키는 낮출 대로 낮추어야 한다
짠물 밑에 고인 맑은 물을 찾아
뿌리만 기다랗게, 깊숙이 박아야 한다
봄철 찾아오는 황사바람
눈을 뜰 수 없어도
여유로운 웃음 머금어야 한다
가슴 속이 답답할 때는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이
파도소리에 묻혀버릴지라도
가끔 아우성도 질러야 한다
혼자서 질러대는 아우성
부끄러울 것 없다
솔직한 마음 하나로 버텨온 몸뚱이
그렇게 울다 보면
흩어지던 모래알도 쌓여 언덕을 이루고
꺼칠꺼칠한 꽃 이삭 하나
조그맣게 피울 날 있을 것이다
바보처럼 사는 것 같아도
이것이 삭막한 모래땅에서 살아야 하는
나의 생존법칙이다
※ 좀보리사초 :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해변의 모래땅에 자생한다. 뿌리줄기는 길며, 줄기는 무디게 세모지고 단단하며, 털이 없다. 엽초는 적갈색이고, 잎은 납작하며 단단하다. 5~6월에 꽃이 피는데, 이삭 자루가 짧고, 수꽃 이삭은 적갈색으로 줄기 위쪽에 달리며, 암꽃은 황갈색으로 줄기 옆에 달린다.「모래사초」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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