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물달개비
떠나는 사랑, 손 흔들지도 말고
등 돌리는 사랑, 붙잡지도 말라며
진창에 밀어넣고 가는 사람아
무에 그리 미워서
그렇게 꼭 허방으로 빠뜨려야만 했느냐
눈조차 뜰 수 없는 진펄
다시 일어나 꽃피우지 못할 줄 알았더냐
때 없이 짙은 안개 이는 세상살이
언제 바닥으로 떨어질까
돌부리에 채일까
하늘거리던 이파리
두텁게 길어지며 날 설 때마다
용수철처럼 솟아오르는 희망의 녹즙
줄기 속 탱탱하게 갈무리해두었나니
낮엔 햇살 뜨거워도
밤마다 별빛 찬연한 하늘
화안히 마음 헹구어
흐려지는 물 다시 맑히며
어여쁘게 꽃피울 수 있나니
세상사람들아, 손가락질 말거라
누구나 아픔 하나 품고 사느니,
옷자락에 진흙물 좀 묻었다고
그게 비웃음 살 일이더냐
평생 구정물에서 축축하게 젖어 살아도
영원히 물들지 않는 청보라
얼굴 가득
시원한 웃음꽃 퐁퐁 솟을 테니
아, 떠나는 사람아
새맑은 사랑 만나거든
부디 흙탕물 튀기지 말게나
※ 물달개비 : 물옥잠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수생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논이나 연못에 자생한다. 줄기는 5~6개가 모여나고, 즙이 많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3~4장이고, 줄기에 나는 잎은 한 장이며, 잎자루가 길다. 잎은 둥근 피침형으로 두꺼우며 짙은 녹색을 띤다. 잎의 밑 부분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반은 엽초(葉鞘)를 형성하여 그 사이에서 꽃줄기가 나온다. 7~9월에 청보라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총상화서로 모여 달리고, 꽃이 핀 후에 꽃자루가 구부러져 늘어진다. 9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달리는데 끝이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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