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꽃봉오리]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술패랭이꽃
왜 자꾸 술에 취해 흔들릴까
가난한 삶
비바람 몰아친 적
어제오늘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왜 자꾸 갈래갈래 꽃이파리 찢어질까
한여름 땡볕 화살
맨몸으로 받아낸 적
어제오늘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가슴 설레며 춤판 벌린 젊은 날
분홍빛 꿈나래
활짝 펼치지 못했어도
한때나마 신명나게 놀았으면
그 추억만으로도 넉넉한 행복인데
이별의 벼랑 끝에서
다시 알몸으로 떨어진다 해도
부끄러운 사랑
얼굴 가릴 수 있는
누더기 모자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
이젠 바람에 걸어두어야지
술 취해 흔들리는 거리에서
눈물 뿌리며 쳐다보면
드맑은 하늘
총총한 별빛
언제나 저만큼에서
나를 향해 웃어주고 있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채
낡아 헤진 패랭이 뒤집어쓰고
찢어지고 짓이겨지고 덧나기만 하는 상처
왜 아물지 않느냐고
어찌 마음 가득 설움만 채울 수 있으랴
※ 술패랭이꽃 :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에 자생한다. 줄기는 털이 없으며 흰 가루가 덮인 것 같은 녹색을 띤다. 잎은 선 모양으로 된 피침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아랫부분은 합쳐져 마디를 둘러싼다. 6~8월에 분홍색의 꽃이 피는데 꽃받침은 긴 원통형이지만 꽃잎은 다섯 갈래로서 갈래는 다시 잘고 깊게 갈라지면서 끝이 뾰족하다. 9~10월에 열매가 원기둥 모양으로 익는다. 한방에서「구맥(瞿麥)」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흰색의 꽃이 피는 것을「흰술패랭이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