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이팝나무는 북녘을 향해 꽃 피운다
강원도 산골
흰쌀밥에 쇠고기국 먹어 봤으면 원이 없겠다던
쌀이 귀했던 시절
이팝나무 꽃이 어떻게 피는지도 모르는 채
그 꽃만 봐도 배가 불렀다
설거지하고 난 수채구멍에 한 톨이라도 밥알 보이면
난리를 치셨던 할머니도
비린 것 드시지 못하는 식성으로 늘 배곯았던
어머니도 안 계시는 지금,
모든 게 철철 넘치는 세상에서
나는 오히려 잡곡밥 채식을 즐긴다
해마다 풍년, 늘어나는 수입쌀 개방,
농부들 가슴만 멍들고
사람들은 빵과 피자 고기를 좋아해
줄어드는 쌀 소비량
여기저기서 넘치는 쌀 썩어나는데
산에 있던 이팝나무 가로수로 내려와
눈 시리도록 호사스럽게 꽃을 피운다
이젠 알겠다
아쉬울 것 없이 풍요로운 남녘땅
모든 나무들 남쪽을 향해 꽃 피우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팝에 쇠고기국 먹는 게 소원이라며
굶주리고 있는 북녘땅
눈물로 바라보며
이팝나무는 북쪽을 향해 꽃 피운다
그리고 나는
보릿고개 없는 세상에서도
마르고 병든
인기 없는 글쟁이의 빈 주머니,
여전히 오늘도 배고프다
※ 이팝나무 : 물푸레나무(목서)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경기도와 남부지방에서는 개울가와 산골짜기에서 자생하고, 다른 지방에서는 관상수로 심는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윗면은 녹색으로 뒷면은 연두색을 띠면서 잎맥에 연한 갈색의 털이 있다. 암수딴그루로 4~6월에 햇가지 끝에서 흰색의 꽃이 무더기로 모여 피는데 통꽃으로 되어 있으나 꽃잎이 네 개로 가늘게 갈라지며, 수꽃은 두 개의 수술만 있고 암꽃은 한 개의 암술과 두 개의 수술이 있다. 9~11월에 타원형으로 생긴 열매가 검푸른 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탄율수(炭栗樹)」라 하여 열매를 약재로 쓴다. 쌀밥을 '이팝'이라고도 하는데 탐스런 꽃송이가 사발에 소복이 담긴 흰쌀밥처럼 보인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