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잎]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바위떡풀
자유롭게 손을 쓰지 못하는 사고후유증
지난밤 꿈속
밥상 앞에서 젓가락질을 했다
편한 손놀림,
오랫동안 얼마나 소원이었으면 그런 꿈까지 꾸었을까
떨어지지 않는 그리움을 묻혀
진한 떡풀 바르고
오늘도 다시 뿌리를 박는다
바위에 찰싹 붙어
더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단단히 움켜쥔다
겁이 난다, 이미 한 번 미끄러졌는데
예전처럼 어지럼증 없이 똑바로 일어설 수 있을까
몸부림치다가 또 미끄러지면 어떡하나
그러나 어쩌랴
한여름에도 냉기 흥건히 젖어드는 깊은 산속
물이끼 묻은 암벽,
어떻게든 새 발돋움으로 새싹 틔워
남은 삶을 내내 목숨 맡겨야 하는
내게는 유일한 땅이다
맑은 외로움으로 하얗게 꽃 피울 수 있다면
미끄러울수록 진득진득 굳건하게 뿌리 내리는
끈적끈적한 떡풀이 되어야 한다
별빛 향기
그대의 품에 大字로 팔 벌리며 안길 때까지
기꺼이 언제든지 시퍼렇게
갈기 세워야 한다
※ 바위떡풀 :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깊고 높은 산 습한 곳의 암벽(巖壁)에 붙어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오는데 둥근 심장형으로 다육질이며, 잎자루가 길고, 가장자리가 얕게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지며 이 모양의 톱니가 있다. 8~9월에 흰색의 꽃이 꽃줄기 위에 모여 피는데 꽃잎이 5장으로 위쪽 3장은 작고 아래쪽 2장은 크기 때문에 꽃 모양이 大로 보인다. 9~10월에 계란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어린잎을 나물로 식용하고, 한방에서「화중호이초(華中虎耳草)」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