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시로미
작달막하다 못해 동글뭉툭 되동그라졌다
그런데도 똑바로 서지 못하고 땅바닥을 기고 있다
날카롭게 칼끝 세우지도 못한 채
두껍고 뭉툭하고 밋밋한 것이 뒤로 말리기만 한다
되바라지지도 못하고 수줍기만 하여
커다랗고 화려하게 꽃 피울 줄도 모른다
그윽한 향기조차도 지닐 줄 모른다
무엇 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 없는 몸이
낮은 곳 아래로는 내려갈 줄 모르고
높은 산꼭대기만 고집한다
쬐그만 몸뚱이라서 납짝 엎드리면
한겨울 추위쯤이야 오히려 쉽게 견딜 수 있다며
그래서 열매만큼은 더없이 달고 시원하다고
더구나 이렇게 아름답고 고운 이름까지 얻었는데
사방 자갈밭 메마른 땅
영원히 바위 위를 기어야 하는 운명일지라도
이만하면 값지고 보람 있는 삶 아니겠냐고
오늘도 열심히 웃으며 산다
※ 시로미 : 시로미과의 상록성 관목으로 우리나라 백두산의 정상 부근을 비롯한 북부지방의 고산지대와 한라산의 정상 부근에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줄기는 옆으로 땅을 기면서 많은 가지가 갈라지고, 작은 가지는 비스듬히 선다. 잎은 어긋나는데 선형으로 두껍고 광택이 나며, 가지에 촘촘히 모여 달린다. 끝이 뭉툭하고 밋밋하며, 가장자리가 뒤로 말린다. 암수딴그루로서 5~8월에 자주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피는데 꽃밥은 홍색이다. 8~9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청량음료수로 식용하고, 한방에서「암고란(巖高蘭)」이라 하여 열매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