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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6)

벋음씀바귀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벋음씀바귀


  캄캄한 눈앞을 두려움도 모르고 벋어왔다
  어디로 벋어나가야 하는지 벋어나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그저 벋어야만 되는 줄 알고 무작정 손발을 휘저으며 움직였다
  바싹 마른 오랜 가뭄의 하늘에 햇볕만 따갑게 찔러대는 건 예사로운 일이었고 어쩌다 천둥 번개가 울며 폭우가 쏟아지고 어쩌다 가끔은 태풍이 휘몰아치며 지나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눈앞에는 언제나 땡볕 가득 쌓이는 광막한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벋어나갈수록 목이 타고 부르튼 입술에 마른 침은 쓰거웠지만 어디에서도 갈증을 풀어줄 물 한 방울 만나지 못했다
  계속 이 길을 가야 하나 의심 들고 회의가 꼬리를 물 때 쓰디쓴 씀바귀 세상도 약간은 단맛이 있구나 알아챌 순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깊은 잠 속에서 허덕였다
  꿈이었다
  깨고 난 후의 마른 침은 더욱 썼다
  쓰거웠지만 진한 쓴맛 뒤에 오히려 단맛이 있었다
  쓴맛도 오래 묵으면 단맛이 나는가 보다

  씀바귀에서도 단맛이 난다는 걸 이때 알았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지만 이제 다시 손발을 움직여 벋어나가려 한다
  천천히 천천히 쓴맛을 즐기며
  쓴맛 넘어 단맛 나는 곳으로





※ 벋음씀바귀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약간 습기가 있는 축축한 땅에 흔하게 자생한다. 뿌리줄기는 가늘고 옆으로 기면서 벋어나가며 마디에서 잎이 붙어 나온다. 잎과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乳液)이 흘러나온다. 잎은 피침형으로 잎자루가 길고 보통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밑부분에 약간의 톱니가 있거나 없다. 4~7월에 노란색의 꽃이 꽃줄기 끝에 두상화(頭狀花)로 피는데 모두 설상화(舌狀花)로 이루어져 있고 총포(總苞)는 통 모양으로 바깥 조각은 계란형이며 안쪽 조각은 8개로 긴 타원 모양의 피침형이다. 8~9월에 계란형의 열매가 흑갈색으로 익는데 10개의 능선이 있으며 갓털(관모)은 흰색이다. 어린순과 뿌리를 나물로 식용하고 한방에서「전도고(剪刀股)」라 하여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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