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돌가시나무
아직 돌의 가슴에 구멍을 내지 못했다
쓰다듬어 안아야 구멍을 뚫을 수 있다는데
꼿꼿이 서질 못하고 땅바닥을 기어야 하는 숙명으로
늘 바닷가를 맴도는 달팽이 한 마리
평생 상처를 품고 사신
아버지 어머니의 피눈물 자국 같은
온몸의 가시
유전으로 물려받아 가득가득 채우기만 할 뿐,
가시를 방패로 둘렀으면
한 번이라도 당차게 겨울을 살아
뼛속을 파고드는 바람 막아내지 못하고
겨우 저렇게 여름에만 활개 치는
펄펄 끓는 바다여!
지금 뜨거운 여름날이건만
걸핏하면 세로로 일어서는 시퍼런 수평선 하나
가로눕히질 못하면서
꽃 피고 질 때마다 가시는 점점 날카로워져
찌르는 돌마다 와르르 모래로 부서지고,
돌에 부드러운 구멍 하나 뚫지 못한 채
오늘도 바닷가를 맴돌기만 하는 눈 먼 벙어리의
저 달팽이 한 마리
※ 돌가시나무 :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우리나라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 해안의 산기슭 양지 또는 바닷가의 모래땅이나 바위틈에 자생한다. 줄기는 녹색으로 땅 위를 길게 기며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많고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는데 깃꼴겹잎으로「찔레나무」보다 두껍고 광택이 난다. 7~9개의 작은잎은 타원형 또는 거꾸로 된 계란형으로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턱잎은 가장자리에 이 모양의 톱니가 있고 밑부분이 잎자루와 합쳐진다. 6~7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꽃자루에 선모(腺毛)가 있으며 암술대에도 털이 있다. 꽃밥은 노란색이다. 9~10월에 둥근 계란형의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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