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
가야산의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
홀로 산정에서 다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멀게는 고령 대가야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을 것이고
가까이는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목격했을 것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침략의 강점수탈도 견뎌내고
동족상잔의 6.25전쟁도 겪으며
맘껏 소리칠 수 없는 눈물 뚝뚝 쥐어뜯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반점을 온몸에 새겼을 것이다
그래도 끝끝내 참을 수 없는 분노는
한여름 땡볕 아래 불그죽죽 꽃으로 터져 올랐을 것이다
아무리 거창을 들르고 고령엘 들러도
가야산을 지나며 숲에 가려진 옛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지금도 피눈물로 문신 새기는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를
아예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저처럼 높은 곳에서 구름 속 병아리로 산다는 건
혼자 역사의 상처를 떠안아 고스란히 문신으로 새기는 일이다
※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 가야산의 산정에 드물게 자생하는 고산식물로 희귀식물이다. 구근(球根)이 있고 뿌리에서 잎이 나오는데 보통 두 장이며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잎몸에 자주색의 반점(斑點)이 있다. 줄기는 곧게 서는데 윗부분에 3~4장의 피침형으로 된 작은잎이 달려 있다. 7~9월에 담홍색의 꽃이 줄기 끝에서 수상꽃차례를 이루어 피는데 화축(花軸)의 한쪽에 몰려 달린다. 꽃받침과 곁꽃잎은 같은 모양으로 크기가 같으며 한 줄의 맥(脈)이 있다. 입술꽃잎은 3갈래로 갈라지는데 가운데 갈래조각이 약간 넓고 거(距 : 꿀주머니)는 앞으로 굽으며 꽃받침과 꽃잎보다 길다. 9~10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구름병아리난초」와 닮았으나 잎몸에 자주색 반점(斑點)이 있는 것이 다르다. 2000년 8월 13일 가야산에서 이경서 씨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원로식물학자 이영노 박사의 이름으로 학명이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