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7)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나도승마를 찾아서
산꼭대기에는 흰 구름들이 모여앉아 바둑을 둔다고 했다
천진난만한 안개들은 흰 구름 곁에서 바둑 훈수를 두다 말고 골짜기를 미끄럼틀 삼아 썰매 타고 내려와 계곡물에 풍덩 엉덩방아찧다 깜짝 놀라서 깔깔대며 일어나는 곳, 그 끝의 산 아래 어디쯤엔가 꽃을 타고 놀 수 있는 승마장이 있다고 했다
말띠이면서도 말을 탈 줄 모르는 사랑지기, 평생을 걸려서라도 언젠가 꼭 한 번은 보름달 뜨는 밤을 건너 백운승마장에서 말 타고 문장을 놀아보겠다는 여행 버킷리스트
그래서 동행한 여행은,
뜨거웠다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어 있는 숲속 승마장의 말들은 활화산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꽃 속에서 말을 타고 노는 문장은 황금빛 언어들의 현란한 춤사위로 소란스럽고 어지러울 거라 여겼지만, 오히려 꽃과 꽃 사이의 행간에서 적막한 고요와 내통하고 있었다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아 번잡한 도시를 아주 싫어하는 고요는 내 입맛에 맞지 않을 듯싶었지만, 한번 맛을 보고 나니 자꾸만 끌리어 찾게 되는 중독성 강한 음식, 왼 종일 해가 지는 줄 모르고 폭식했다
그렇게 비몽사몽 고요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오니 안방 천장에서도 황금빛으로 꽃 피는 문장이 밤새도록 말을 타고 허공을 넘나들었다
※ 나도승마 :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백운승마」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전라남도 광양의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로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희귀식물이다. 키는 약 30~90cm까지 자라고, 땅속에 옆으로 벋는 굵은 뿌리줄기가 있다. 줄기는 곧게 서고 6각이 지며, 위쪽으로 갈수록 털이 많다. 잎은 마주나는데, 잎몸은 원형으로 가장자리는 얕게 갈라지고 뾰족한 톱니가 있다. 7~8월에 노란색의 꽃이 줄기 끝에서 피는데, 1~5개씩 모여 달리며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꽃받침은 종 모양으로 끝이 5개로 갈라지며 털이 있다. 꽃잎은 5개이고 수술은 15개이며 암술대는 3~4개이다. 열매는 구형(球形)의 삭과로 기다란 암술대가 남아있다.「승마」와 잎이 비슷하여 이름이 붙었는데, 전라남도 광양의 백운산 계곡에서만 자생하기 때문에「백운승마」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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