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7)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남방바람꽃 만나러 가요
바람 바람 바람 바람이 불어와요 꽃 피는 춘삼월 아직 멀리 주차되어 있는데 우수 경칩 이미 지났다고 벌써부터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와요 살랑살랑 마파람 남실바람 바람이 불어와요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가슴이 울렁울렁 녹아내리고 있어요 두 뺨이 발그레 얼굴은 화끈화끈 바람이 났나 봐요 꽃바람 났으니 꽃 찾아 갈까요 남방바람꽃 만나러 지리산으로 갈까요 무등산으로 갈까요 아니 아니 회문산으로 갈까요 아예 멀리 더 멀리 따뜻한 남쪽 제주도 한라산으로 건너갈까요 사랑지기도 같이 가요 함께 가요 남방바람꽃을 만나면 멈춰버린 빙하가 洛山 온천수로 녹아내릴까요 북방으로 옮겨 놓아도 변함없이 남방바람꽃 될까요 북방의 그늘에서 문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하는 사랑지기의 가슴 속 크레바스에도 솔솔솔 명주바람 불어 제발 꽃바람 났으면 좋겠어요 삼십 년이 넘도록 차곡차곡 시리고 쓰리게 쌓여 있는 만년설 딱딱하게 굳어버린 빙산들 모두 모두 녹아내렸으면 좋겠어요 한 맺힌 사연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그리움으로 그리움을 평생으로 보낸 두 아들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잘 살고는 있는지 꽃바람 산들산들 실낱같은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어요 어서 꽃 만나러 가요 남방바람꽃 만나러 가요
※ 남방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남바람꽃」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높은 산에 자생하는 미기록종 고산식물로서 멸종 위기 식물로 보호받고 있는 희귀식물이다. 4~5월에 꽃받침의 뒷면에 붉은색을 띠는 흰색의 꽃이 피고, 7~8월 별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바람꽃」과 아주 비슷하지만, 다만 꽃받침의 뒷면에 붉은색을 띠는 것이 다르다. 학명이「Anemone Flaccida Fr. Schmidt」로서 1942년 전라남도 구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그동안 잊혀 지내오다가 2006년 ‘한라산연구소’에서 제주도의 봄꽃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라산 550m의 목장지대에 자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가칭「한라바람꽃」또는「제주바람꽃」으로 명명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 전라북도 순창의 회문산과 경상남도 함안에서도 자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2007년에《아열대농업생물과학》지에 논문이 발표되면서「남방바람꽃」으로 이름이 정해졌다. 그런데, 2010년 11월 1일 산림청 예규 제588호『자생식물 및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관리요령』이 고시되면서《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Nature)》에「남바람꽃」으로 개명하여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초발견자인 박만규 박사가 1974년에《한국쌍자엽식물》지에「남방바람꽃」으로 발표한 논문이 확인되었으므로「남바람꽃」보다「남방바람꽃」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에는 전라남도 구례의 지리산, 화순의 무등산, 남원 등지에서도 발견되는 등 남부지방의 여러 곳에서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다. 제주도의「남방바람꽃」은 지금 현재 딱 한 곳 ‘1100고지습지’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어승생악’에서도 자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