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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7)

병아리풀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병아리풀


  화장을 한다는 건,
  자기 얼굴 위에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일입니다

  먼저 바디필링으로 각질 벗겨내고 클렌징크림으로 다시 한 번 닦아낸 다음 스킨과 에멀젼을 塗布하고 나서 그 위에 리프팅 링클세럼으로 또박또박 낱말 받아쓰기하듯 꾹꾹 눌러 쓰면 비로소 편지는 완성됩니다
  때때로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달리 하는 색조화장은 덤으로 追伸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편지는 봄에게로 배달됩니다
  딱딱하게 얼어버린 땅을 봄비가 부드럽게 녹여주고, 봄볕 아래 어미 따라 나들이 나온 병아리떼 뿅뿅뿅 놀고 간 오후, 아유, 예뻐라, 예뻐라! 여기저기 병아리발자국마다 뾰족뾰족 새싹들이 돋아나 자랍니다

  편지는 다시 봄에서 여름가을로 배달됩니다
  편지 읽으며 쑥쑥 자란 새싹들은 계절 따라 검은 잎새들로 짙어지고, 짙어진 검은 잎새들은 더 밝아지려는 治粧을 도와 햇살 꾹꾹 눌러 쓰는 꽃편지, 화장을 고칩니다
  높아지는 하늘 따라 노오랗고 바알갛게 꽃탑 쌓아 올립니다

  무릎 베고 누우면 귀 후벼주는 사랑지기의 울긋불긋 콧노래, 늙어가면서 점점 어린아이 된다 했던가요, 병아리 어미 품 파고들듯 사랑지기의 무릎 위에서 나는 병아리 되어 콧노래 자장가삼아 스르르 잠이 듭니다
  잠 속에서 양 볼 발그레 풋풋한 꽃화장으로 수줍은 병아리풀을 만나 허물어지지 않는 사랑탑 쌓아 올리는 꿈을 꿉니다



※ 병아리풀 : 원지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충청북도 옥천과 경기도와 강원도를 비롯한 중부 이북지방의 산이나 들의 풀밭 또는 석회암이 많은 바위 주변의 이끼나 흙에 자생한다. 키는 15Cm까지 자라고 줄기에 털이 거의 없으며 밑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는데 계란 모양의 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거나 둔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부드러운 털이 있고 밑부분이 갑자기 좁아져서 날개가 있는 잎자루로 된다. 8~9월에 나비 모양의 연한 자주색 꽃이 원줄기와 가지 끝에서 총상꽃차례로 모여 피는데 한쪽으로 치우쳐서 달리며 꽃자루가 1mm 내외로 아주 짧다. 꽃받침은 5갈래로 갈라지는데 옆갈래조각은 꽃잎처럼 생기고 용골꽃잎은 끝이 솔처럼 갈라진다. 수술은 8개이고 10월에 편평한 원형의 삭과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날개가 없으며 씨(종자)는 타원형으로 검은색이고 잔털이 있다. 흰색의 꽃이 피는 것도 있으며, 키가 병아리처럼 아주 작다고 하여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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