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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7)

백선 선풍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백선 선풍기


오늘 처음으로 당신 앞에서 선풍기를 틀었습니다

유월초부터 시속 160km의 가속도로 가슴 후려치는 여름햇살
다들 에어컨 없이는 못 산다 짜증을 내지만,
앞뒤창문 열어젖히면 맞바람 들이치는 여기서는
선풍기 하나로도 아주 상쾌합니다

꽃이 피어야만 돌아가는 선풍기, 백선

오늘부터 꽃 축제를 벌이겠다는
바람 묻은 꽃향내로 초대장을 보냅니다

백 번을 고르고 골라 봐도 저같이 희고 고운 건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테니 오는 길 주저하지 말라는 당부를
합장으로 첨언합니다

머지않아 들이닥칠 머리 텅텅 비워지는 열대야 걱정으로
우울증 걸린 거미줄마냥 온몸이 축 늘어져 내리다가도
선풍기바람에 마음 하나 얹으면,

드넓은 바다 수평선 너머 저 푸른 하늘로 얼마든지
둥실둥실 지진 없는 배를 높이 띄울 수 있습니다

한때 봉황삼으로 뽑히는 수난의 시절 이젠 멈추었다 싶었는데
지금도 가끔 둥지를 도둑맞는 일 있어
겨드랑이에서 발산하는 암내 가스총으로 以毒除毒,
더는 무단침입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늘 변함없이 이 자리 꾹꾹 누르고 눌러 앉아서
해마다 당신 향한 花信으로
초여름이면 꽃바람 선풍기를 돌리고 있을 테니

이번 여름에도 여기서 당신은
바람을 헤엄치며 맘껏 시원했으면 좋겠습니다




※ 백선 : 운향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처 산지의 해발 800m 이하 비교적 고도가 낮은 숲속 양지바른 풀밭이나 길가에 자생하는데 키가 낮은 잡목들과 더불어 혼생한다. 줄기는 곧추서는데 높이 90cm까지 자라고 밑부분이 딱딱하며 줄기의 윗부분에 털이 퍼져 난다. 잎은 어긋나는데 잎자루에 좁은 날개가 있으며 작은잎이 2~4쌍의 홀수로 된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5~6월에 연한 붉은색을 띠는 꽃이 피는데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차례와 꽃자루에 기름구멍이 많아 역한 냄새가 난다. 꽃잎은 5장으로 붉은 자주색의 줄이 있다. 수술은 10개이고, 암술은 1개다. 6월에 타원형의 삭과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익으면 5개로 갈라지며 털이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처에 자생하며, 중국 북부, 몽골, 러시아 동부 등에 분포한다. 이 종은 우리나라의 운향과 식물들 가운데 유일하게 나무가 아닌 풀이므로 구분된다. 한방에서 ‘백선(白鮮)’ 또는 ‘봉황삼(鳳凰蔘)’이라 하여 뿌리를 약재로 쓴다. 살충제와 살균제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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