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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7)

제주무엽란의 독백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제주무엽란의 독백


무엽란이 세상에 어디 한둘이더냐
濟州에서도 재빨리 이름을 상표등록한 건, 잘한 일이야

녹색식물 아니라고 따돌림 한번 받은 적 없지만
썩은 낙엽에 뿌리내리는 외로운 멍에, 늘 무거웠어

상록수림 울창한 그늘 아래서 한 번도 밖을 나가본 적 없는
푸른 이파리 하나 없어 광합성작용을 못하는 몸이지만

딱딱한 줄기에 엉성한 비늘잎만으로도
향기로운 꽃잎 피워 올리는 여름, 계절이 참 예뻤어

온몸을 태운 열정 숯덩이 되어 남을지라도 꼿꼿하게
흑연필로 서서 다가오는 가을을 드로잉하며 祝禱할 거야

꽃 피우고 열매까지 맺으며 살 만큼 살아봤어도
삶이란 여전히 알 수 없는 의문부호

어제의 일기와 오늘의 일기가 달라지는
늘그막에 당신을 만난 건, 아주 놀라운 행운이야

이제 비우고 비우며 천천히 느리게 가야 하는 남은 생
혼자보다는 아름다운 동행으로 이 숲이 더 그윽해지겠지




※ 제주무엽란(濟州無葉蘭)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라남북도와 제주도의 상록수림 아래에서 자라는 부생란(腐生蘭)이다. 줄기는 황록색으로 높이 40cm까지 자라고 결실기에는 줄기가 검게 변한다. 녹색의 잎은 없고, 3~5장의 반투명으로 된 막질(膜質)의 초엽(鞘葉 : 비늘잎)이 어긋나 있다. 녹색의 잎이 없어 광합성 작용을 못하고 썩어가는 낙엽에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얻는 부생식물(腐生植物)이다. 6~7월에 연한 자주색 또는 황록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서 3~7송이가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꽃잎이 반 정도 열린 상태로 피며 약간의 향기가 있다. 꽃자루가 길고 꽃싸개잎(총포 : 總苞)는 계란형이며 꽃받침과 곁꽃잎은 거꾸로 된 피침형이고 덧꽃받침은 아주 짧다. 입술꽃잎은 3갈래로 갈라지며 가운데갈래는 둥글고 털이 있으며 곁갈래는 무딘 삼각형이다. 꽃술대는 앞으로 굽는다. 8~11월에 좁은 원통형의 삭과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생육환경이 건조하면 원줄기와 더불어 검은색으로 변한다. 씨방 위의 바깥을 둘러싼 꽃받침은 톱니처럼 갈라진다. 우리나라 전라남북도와 제주도에 자생하며 일본에도 분포한다. 이 ‘제주무엽란’은 꽃술대가 앞으로 굽으며 꽃술대 아래가 입술꽃잎의 밑부분과 1/2이상 붙지만, ‘무엽란’은 꽃술대가 곧으며 꽃술대 아래가 입술꽃잎 밑부분과 1/3정도 붙은 점에서 구분된다. 또한 ‘노랑제주무엽란’은 꽃이 노란색인 점에서 꽃이 자줏빛이 도는 ‘제주무엽란’과 구분하는데, 이명(異名)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관상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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