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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1)

서문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서/문/


꽃을 노래한다
연작으로 매달리며
오늘 이 세상을 있게 하고
나를 있게 한 감사의 마음을
자연으로
꽃들에게 돌려보내며

꽃을 노래한다
백 하고도 두 편의 꽃이 피면
한 권의 꽃밭을 가꾸리라
마음 다지며

꽃을 노래한다
온 세상이 맑아지고 깨끗해져
누구에게나 가슴 안에
고요로운 평온이 깃들 때까지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위는 1995년 6월 계간 「詩마을」 여름호에서 신인작품상을 수상했을 때 쓴 당선 소감의 일부분이다. 등단하기 전부터 우리의 꽃, 야생화에 대한 詩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 자신과 꽃과 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들로 산으로 쏘다니기 시작한지 10여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제서야 비로소 한 권의 꽃밭을 가꾸어 세상에 내놓는다.
  그 동안 꽃의 사랑 덕택으로 등단하게 해준 우리의 꽃, 야생화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꽃밭을 짓는 작업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이제야 겨우 시집을 꾸며 세상에 내놓게 됨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꽃집 앞을 지날 때마다, 화원 안의 折花가 얼마나 안쓰러운지 모른다. 싼값에 팔려 가슴에 안기기를 기다리고 있는 折花들을 볼 때마다,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가슴이 아려 온다.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없다. 시선을 외면한 채 얼른 지나친다.
  꽃은 어느 손에 길러지지 않은 채 있는 그 자리에서 생긴 대로 꽃을 피우고 지우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야생화를 사랑한다.
  꽃은 내게 있어 삶을 지탱시켜 주는 생명이고, 이 땅에 존재하게 해 주는 영혼이다. 詩를 쓰게 해 주는 샘물이다. 내게 詩가 있어 행복하고, 詩를 쓸 수 있도록 언제나 내 곁을 함께해 주는 꽃들이 있어 더 없이 행복하다.

  한 권의 꽃밭을 가꾸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시인으로 이끌어 詩의 길을 걷게 해주신, 지금은 하늘에 올라 별이 되신 스승, 東老 李聖善 선생님 고맙습니다. 삼가 선생님의 영전에 명복을 빕니다.
  등단시켜 주시고, 어줍잖은 글재주를 항상 따뜻하게 격려해 주시면서 스승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 주시는 師祖, 后白 黃錦燦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제 또 다시 우리의 꽃, 야생화를 위해 제2의 꽃밭을 가꾸는 일에 온 정성을 쏟아 매진하리라 또 하나의 약속을 하면서, 뒤늦게나마 부끄러운 이 한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단기 4336년(서기 2003년) 신록의 계절에
우리의 꽃, 야생화 시인
晴林堂 淸樹居士 夕塘 金承基 謹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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