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진달래꽃
겨울바람 그쳐
잔설 녹으면
솔빛 푸르게 잎 끝을 세우는 계절
바람이 차서 잎을 틔우지 못하는 산을 네가
온통 벌겋게 불태우고 있구나
무슨 아픔을 품었길래
잎보다 꽃을 먼저 내밀어
온 산을 활활 태우고 있는가
너를 보면
개구쟁이 조막손으로 참꽃이라 훑어 먹던
화전으로 두견주로 어른들 시름 달래던 기억들
멍울로 맺힌 아픔 없으랴만
이제는 한 시름 놓았구나 싶은 줄 알았는데,
온갖 쓰레기와 오폐수로 병들어 가고
개발이란 이름으로 파헤쳐지는
산천을 바라보며
분노의 불길을 질러대지 않을 수 있으랴
너는 조그만 몸뚱이로도
온 산을 태우는 정열을 지녔건만
도움 하나 주지 못하는 나는, 내가 부끄러워
어떻게 너를 위로할 수 있으랴
그래, 활활 태워라
지금은 혼신의 열정으로 산천을 불태울 때
모든 것을 태우고 난 잿더미 위에
다시 푸르른 생명을 틔워라
나는 빗물이 되어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하얗게 씻어 줄 것이니
힘든 오늘이 있어야
내일은 아침해 찬란하게 떠오르고
잎 푸른 여름이 오는 거야
겨울바람 그쳐
따사로운 봄빛 그득해도
높은 산에 아직 눈이 있고
바람은 들녘에서 차가워도
솔빛 푸르러 오르는데
활기찬 봄날을 준비하며
얼어버린 산천 녹이며 너는
뜨겁게 뜨겁게 불태우고 있구나
※ 진달래 : 진달래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우리나라 각처의 양지바른 산에 자생한다. 잎은 어긋나는데 타원형으로 양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4~5월에 분홍색, 연분홍색, 자홍색, 연홍색 등의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연한 자주색의 꿀 반점이 화관 안쪽에 붙어 있다. 9~10월에 원기둥 모양의 열매가 익는다. 꽃을 식용하고, 한방에서「영산홍(迎山紅)」이라 하여 꽃을 약재로 쓴다. 꽃을 따서 먹을 수 있으므로「참꽃」이라고 하고, 두견새가 밤새 울어 피를 토한 꽃이라는 전설 때문에 「두견화」라고도 부른다. 장소에 따라 반상록성으로 겨울에도 잎이 살아있는 경우가 있으며, 대개는 꽃이 잎보다 먼저 피지만 이따금 잎이 먼저 나고 난 후에 꽃이 피기도 한다. 흰꽃이 피는 것을「흰진달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