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취
항상 맑은 눈동자를 지니고
푸르른 하늘 바라보며
기지개를 활짝 펴고 싶어요
우리 땅에 피는 우리 꽃
곰취 참취 미역취 수리취 곤달비 개미취 분취 단풍취 섬취 산골취 떡취 나물취 나래취 너울취 두메취 그늘취 바위취
산에 있든 들에 있든
한 가족 한 이웃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꽃
늦은 봄 춘궁기에
빈약한 식탁 위에서
입맛 돋구는 보람도 지니며
식용 관상용 약용으로 희생하면서도
가을마다 노랗게 하얗게
늘신한 꽃대로
온 산야 가득히 꽃을 피웠는데,
갈수록 비닐봉지 깡통 쓰레기가 쌓이는 땅
몸살 앓는 산에서
미처 뿌리도 내리지 못하고,
무공해 식품으로 입에들 올라
마구잡이로 캐어내면
더는 어떻게 살아요
옛날처럼 하얗게 웃음 띄우며
살고 싶어요
※ 취 : 곰취, 참취, 개미취, 단풍취 등 '취'가 붙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의 총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