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산부추
또 한해를 살아냈다
봄가뭄
쩍쩍 갈라지는 엉그름의 마음바닥
황사바람이 창문을 흔들어대고
먼지 쌓이는 문틈 사이로
주름만 깊게 패였다
장마
오락가락하는 빗발 그치는가 싶더니
다시 무겁게 내려앉는 물안개
햇빛 한 줄기 들지 않았다
타는 여름
바람 한 점 없는 갈증의 자갈밭에서
저리는 팔다리로 허리 세우며
흠뻑 땀에 젖어야 했다
다시 건들장마
장대비에 태풍 불어
젖은 마음벽 금이 가고
줄줄 비가 새더니
마침내 홍수에 잠겼다
발버둥치며 치며
겨우 목숨만 부지한 가을
온몸 가득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멍자국 달리고
손바닥에는 자글자글 잔금만 늘어나 있었다
그렇게 자줏빛으로 피우는 꽃송이
무엇을 위한 자축인가
공중에서 팍 터져버리고 사그라지는
한 순간의 불꽃놀이
이제 어떤 꿈으로 동면에 들어야 하나
겨울이 눈앞에 와 있다
※ 산부추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강원도와 경기도의 산이나 들에 자생한다. 잎은 흰빛이 도는 녹색으로 단면이 삼각형이다. 8〜9월에 홍자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불꽃처럼 많이 달리고,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비늘줄기와 봄에 돋는 어린순을 식용하고, 한방에서「산구(山韭)」라 하여 비늘줄기와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