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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5)

피나무 비망록

[잎]

 


[잎 앞면]

 


[잎 뒷면]

 


[줄기]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피나무 비망록


  일생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피 철철 흘려본 적 있는가 송두리 채 껍질 발가벗겨지며 붉은 속살 드러나는 곤욕을 치른 적 있는가
  누구나 조그만 상처에는 아프다고 비명 지르며 난리를 치다가도 금새 잊어버리고 말지만, 큰 상처는 오히려 아픈 줄을 몰라 겉으론 무덤덤하여도 후유증은 날로 커지고 골수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법이지
  내가 한때 그랬어 뿌리로부터 몇 십 년을 뽑아올린 공덕의 영양분이 줄기 끝까지 차오르기도 전에 어느 욕심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한순간 홀라당 껍질 벗겨지고 온몸 시뻘겋게 피칠갑을 한 채 그렇게 바싹 말라가던 때가 있었어
  그땐 어찌 살아낼까 막막함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했지 이 악물고 버티어내긴 했지만 길고 무서운 후유증이 자꾸 상처를 덧나게 하며 시시때때로 진물을 쏟아내더군 어쩌겠나 그저 품어 안을 수밖에
  그래도 강물처럼 세월은 흐르더라 다 내어주고 나니 노오랗게 향내나는 꽃이 피고 벌 나비도 찾아들더라 이젠 더 이상 그런 날 없을 거야 웃으며 옛말을 하지 눈물도 참으면 별이 되고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들을 수 있다고.





※ 피나무 : 피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 이북의 산골짜기 숲 속에 자생한다. 잎은 어긋나는데 심장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6~7월에 연한 노란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피고, 9~10월에 열매가 둥근 모양으로 익는다. 껍질이 질겨 밧줄을 만드는 나무라 하여 한자로 피목(皮木)이라 하는데서 이름이 붙여졌으며, 밥상이나 바둑판 등의 가구를 만드는 목재로 쓰고, 한방에서「자단(紫椴)」이라 하여 꽃을 약재로 쓴다. 꽃에는 향기가 있고 꿀이 많아 벌 나비가 많이 찾는 밀원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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