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향나무 옆에서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으랴
오랜 세월
조각조각 껍질 벗겨지며
구부러지고 비틀어지고 뒤틀리며 주름지는
모진 풍상을 겪었으면서도
저토록 향그러울 수 있으랴
늙는다는 건
지는 꽃을 보듯이
시크무레하고 칙칙하게
추한 것이라고
한때 젊은 날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임을 안다
겉으론 추하게 지는 꽃이라도
자기 생을 열심히 살며
제 할 일 다했다는 걸
그래서 오히려 더 아름답다는 걸
안다
그대를 보며
늙을수록 아름다워지는 일이
그렇게 향그러워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삶인지
나이 들어가며 절실히 깨닫는다
온몸 빼빼 말라비틀어지고
우글쭈글 주름이 진 후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
구십년
등 굽은 생을 살고 간
우리 할머니 같다
어찌하면 나도 저리 아름답게 늙을 수 있을까
저토록 향그럽게 늙어갈 수 있을까
※ 향나무 : 측백나무과의 상록성 침엽 교목으로「노송나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함경북도와 평안북도를 제외한 전국 각처에서 흔히 심어 기르고, 경상북도 동해안과 울릉도에 자생한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얇게 조각조각 벗겨진다. 어린 가지는 녹색이고, 3년생 가지는 적갈색이며, 그 이상 오래된 가지는 잿빛이 도는 흑갈색이 된다. 잎은 마주나거나 돌려나는데 바늘잎과 비늘잎이 있어 어린 가지에는 바늘잎이 달리고, 7~8년 이상 묵은 가지에는 비늘잎이 달린다. 암수딴그루로서 4월에 노란색 · 적갈색 · 자갈색 등의 꽃이 타원형으로 피는데 수꽃은 가지 끝에 달리고, 암꽃은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9~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흑갈색으로 익는다. 나무에서 나는 향기가 좋아서 이름이 붙여졌으며, 제사 때 쓰는 향을 만들고, 고급 가구재로 사용한다. 한방에서「회엽(檜葉)」이라 하여 가지 · 잎 · 종자 · 나무껍질을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