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수박풀
공원 산책이나 산행 중에
얼굴을 선캡과 마스크로 무장한 채
구십도 각도로 팔 뻗으며 다가오는 아낙들을 보면
무장강도 같다는 생각에
온몸 바짝 오그라든다
내 호주머니엔 무엇 하나 내줄 것 없는데,
쭈뼛쭈뼛 곤두서는 머리카락
우물쭈물하는 사이 윽박지르듯 지나쳐 간다
저들은 어떤 인생을 살기에
숲속에 들어와서까지도
그 무엇을 감춰야 하는 완전무장으로
저리도 더럽고 추악한 가면을 쓰고
안면몰수
또르륵또르륵 적대심 강한 눈초리 부라리며
상쾌한 음이온의 피톤치트마저 거부하는가
여기,
치장할 줄 모르는 꽃들을 보라
평생을 몸부림쳤지만
끝내 수박이 되지 못하는 잡풀로 남았어도
꾸밀 줄 모르고, 가릴 줄 모르고,
화안히 웃을 줄만 아는 수박풀
숨긴 것 없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외선을 장착한 핵탄두미사일로 호시탐탐 노리는 햇살 아래
아스팔트 길가 시멘트 블록 틈새에서도
마침내 살아남아
감출 것 없는 알몸으로 활짝 웃고 있는 꽃,
눈물 나게 코끝 찔러대는 매캐한 매연으로 둘러싸여도
씩씩하게 꽃 피우고 열매 맺을 줄 아는데,
오존 농도 짙은 한여름 대낮이
어찌 두렵겠느냐
※ 수박풀 : 무궁화(아욱)과의 한해살이풀로 중앙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빈터 또는 길가에 퍼져 자생한다. 전체에 흰색의 거친 털이 있고, 줄기는 곧게 서거나 가로로 누워 있으며,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는데 수박잎 모양으로 잎자루가 있고,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있다. 7~8월에 흰색에 가까운 연한 노란색의 꽃이 가지 끝의 잎겨드랑이에서 피는데 꽃자루가 있고, 꽃잎 안쪽은 짙은 자주색을 띤다. 이른 아침에 피어 정오 전에 시든다. 10월에 긴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떨어지지 않는 꽃받침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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