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껍질과 잎]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분단나무
남쪽에서 살래요
북쪽으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지만
오라고 손잡아 끌어도 가라고 등 떠밀어도
지금은 분단시대, 가지 않을래요
70년을 넘게 남북으로 갈라져 아웅다웅
유일한 분단국가
이 꼴 저 꼴 모든 꼴 다 보기 싫어
육지에서도 멀리 떠나 제주도나 울릉도쯤
외딴 섬 후미진 숲속에서 살래요
뭍에서 들려오는 온갖 잡소리는 모두
귀 막고 눈 가리고,
오직 새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만 들을 수 있는
귀 하나 반쯤 열어놓고
해와 달이 뜨고 지고 별 반짝이고 구름 흘러가는
하늘 바라볼 수 있는 눈 하나 살짝 열어놓고
철학하는 면벽수련으로
오고가는 세월 견디고 있을래요
가끔은 무료하다 싶은 날
벌 나비 유혹하는 농지거리나 하면서
그렇게 한 세상 흘러 보내다 보면
갈매기 물어 나르는 편지 속에
남북통일 소식 함께 담아 오겠지요
그때 가장 먼저 달려가 방방곡곡 하얗게
청정무애의 꽃등불 밝힐래요
지금은 남쪽 외딴 섬에서 그저
꽃으로 앉아
한 세월을 낚는 일밖에는
다른 아무것도 할 일 없어요
※ 분단나무 : 인동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경상북도 울릉도의 숲 밑에 자생한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줄기와 가지는 검붉은 빛을 띤다. 잎은 마주나는데 막질(膜質)로 된 넓은 계란형 또는 원형으로 잎자루가 길고 끝이 뾰족하며 밑은 심장형이다. 잎에는 측맥(側脈)이 많고 뚜렷하며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다. 4~5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가운데의 작은 꽃은 양성화로 가장자리에는 커다란 헛꽃으로 모두 꽃잎이 5장이다. 헛꽃에도 암술이 있으나 결실이 되지 않는다. 9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붉은색으로 맺어 검은색으로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