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큰제비고깔
큰 제비가 고깔을 썼다는 법문
처음엔 어리둥절,
산문 오르내리며 꽃이다 하면서도 고깔 속의 제비는 보지 못했는데요
내 속에 집을 짓던 유년의 제비는 기억의 파일 속에서 과거형문장으로 화석이 되었는데요
더 이상 둥지를 틀지 않는 현재형문장에서도 꽃 속으로 들어가 고깔 쓰고 붙박여 있다는데요
부리 아닌 궁둥이를 밖으로 내밀고 앉아 있다는데요
법문을 해설하려고 폭염 속을 걸었는데요
가마솥더위에 일주문을 넘지 못하고 그만 쯔쯔가무시병으로 주저앉았는데요
제비고깔도 보지 못했으면서 무슨 큰제비고깔이라니, 바늘방석에 가부좌 틀고 앉은 아우성, 한동안 콕콕 바늘에 찔리며 양동이 한 가득 눈물 폭폭 쏟았는데요
그러고 나니 바로 눈앞에서 흔들거리는 꽃,
큰 제비고깔은 그대로 큰 꽃이다
메아리 통신으로 눈 번쩍 뜨이는 가섭의 염화미소가 내 안에서 피어나지 뭐예요
삼십 년 들꽃수행으로 얻은 천리통이랄까 시원하게 여름 나는 피서법이 되었어요
※ 큰제비고깔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라북도 무주 이북의 산지에 자생한다. 1m 이상 높이로 곧게 서는데 줄기 밑부분과 꽃차례에만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손바닥 모양으로 3~7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갈래의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7~8월에 깔때기 모양의 짙은 보라색 꽃이 줄기 끝에서 총상꽃차례로 모여 옆을 향하여 피는데 잎 모양의 포(苞)와 작은 막질(膜質)의 포(苞)가 있다. 꽃받침은 5장으로 꽃잎 모양인데 위쪽의 것은 거(距 : 꿀주머니)로 되고 나머지 속에 꽃잎이 들어 있다. 9~10월에 긴 타원형의 열매가 짙은 갈색으로 익는데 길고 뾰족하며 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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