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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6)

구름제비란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구름제비란


  가마솥더위 폭염이 소름으로 돋는 팔월,
  설악 무산 스님이 없는 만해마을에 와서 보내는 하룻밤이 길다

  매미 울음소리도 모기도 없는 곳에서 늘 주장자를 짚고 서서 세상을 일갈하던 대종사의 偈頌마저도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그 뒤로는 구름 속에 집을 짓던 제비도 떠났다

  밤이면 별이 내려와 강물로 흐르고
  강물은 하늘에 올라 별로 반짝이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소리들 매연과 소음으로 범벅 되어 있을 때마다 한 줄기 섬광으로 번쩍이던 강물도 별도, 액자 속으로 들어가 만해마을 벽면에 그림으로 앉아 있다

  낯선 고요,
  긴 밤 뒤척이다 온몸 흐려진 새벽녘 창문을 후려치는 폭우에 다시 또렷해지는 눈동자로 겨우 날이 밝아오고,
  눈물 젖은 서늘한 산안개 속에서
  아침공양 숟가락이 자꾸 목에 걸리고,

  구름 속 빈 제비둥지에 마음 한 솔기 얹어 두지 못한 죄업은 만해마을 앞산을 넘고 넘어 설악산 수렴동 쌍폭골에 누운 이름 모를 6.25때 참전 용사의 백골이 되었다가,

  결국은 양손 가득 담아갔던 그대로 머릿속 찔러대는 폭염 되받아 들고,
  하냥하냥 산을 내려온다





※ 구름제비란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중북부의 높은 산 숲 밑에 자생한다. 굵은 방추형의 뿌리에서 한 장의 큰 잎이 나오는데 긴 타원형으로 밑동은 심장 모양이 되어 줄기를 감싼다. 7~8월에 연한 녹색의 꽃이 피는데 5~15 송이가 줄기 끝에 모여 달린다. 가운데 꽃받침은 긴 계란형이고 옆 꽃받침은 피침형이며 곁꽃잎은 끝이 뾰족한 삼각형으로 꼿꼿이 서고 입술꽃잎은 넓은 선형(線形)이다. 거(距 : 꿀주머니)는 약간 구부러지며 끝 부분이 가늘다. 9~10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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