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메 꽃
나도 나팔을 불 줄 알어. 조그만 몸뚱어리로 불어대는 나팔소리, 짐짓 하늘이 못 들은 체 꿈쩍없지만 속으로는 흔들리는 마음 애써 참고 있다는 걸 알어. 능소화 나팔꽃 보다는 화려하지 못해도 질러대는 목소리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힘차다는 걸 믿어. 하늘이 벌써부터 동요하고 있잖아. 그걸 어떻게 아느냐구 묻지는 말어.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이 따스하게 느껴지잖아. 보잘것없는 작은 키에 뒤틀려버린 몰골을 지녔지만, 언제나 웃음으로 참아내는 아픔, 그 아픔으로 불어대는 나팔소리에 하늘이 저렇게 시리도록 파래졌잖아. 늘 그대와 함께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어. 떨어져 내리는 내 모습에 그대 눈물을 보이지 말어.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그대 가슴 안에서 영원히 꽃으로 피어 있다는 걸 믿어. 웃음으로 나팔 불고 있다는 걸 믿어. 내 웃음으로 하늘이 웃고 땅이 웃고 풀과 나무가 웃고 해가 웃고 달과 별이 웃고 그대가 웃을 수 있다면 내 모습 추하게 떨어져도 슬프지 않아. 지금 이렇게 그대 곁에서 나팔을 불 수 있기에.
※ 메꽃 :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성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들이나 밭둑 또는 논둑에 자생한다. 땅속줄기는 흰색을 띠며 사방으로 길게 뻗고, 군데군데에서 순이 나와 자란다. 잎은 어긋나는데 긴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으로 밑 부분은 화살촉 모양이며, 잎자루가 길다. 6~8월에 연한 분홍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나팔 모양으로 피는데 꽃자루가 길다. 9~10월에 둥그스름한 열매가 익지만 보통 열매를 맺지 않는 것이 많다. 어린순과 뿌리줄기를 식용하고, 한방에서「구구앙(狗狗秧)」이라 하여 뿌리줄기와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흰 꽃이 피는 것을「흰메꽃」이라고 한다. 여름의 길가 초원에 고운「나팔꽃」모양의 꽃을 피우고 저녁 때 시드는 하루살이 꽃으로 길이는 2m 안팎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