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序/文/
향기로운 풀과 나무의 노래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金承基 시인은 야생화 시인이다.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야생화를 사랑하고 야생화를 노래한다. 그와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나 또한 나무와 풀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있으려니와, 나의 벗 李聖善 시인이 그의 은사(恩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金承基 시인은 나를 ‘사숙(師叔)’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난 2004년, 그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일년여 남짓의 피나는 노력으로 마침내 땅을 딛고 일어섰으나, 지금도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 상태에서 이번에 金承基 시인은 세 번째 야생화 시집을 묶게 되었다. 이 시집에는 풀과 나무에 대한 詩가 모두 100편이나 묶여져 있고, 이 책의 제목은『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이라고 정해져 있다. 작품 하나하나가 짙은 향기를 풍긴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꽃밭을 여는 말」이 눈길을 끈다.
풀이건 나무이건
꽃 피우는 일만큼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살면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스러지는 생명
한둘이겠느냐.
金承基 시인이 여기에서 ‘꽃’이라고 지칭한 것은 나무와 풀의 그 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꿈’일 성싶다. 이 세상에서 꿈을 지닌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꿈도 지니지 못하고 엉뚱한 탐욕만을 쫓다가 스러지는 게 많은 사람들의 삶이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꿈을 지니기도 어렵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작품도 눈에 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시간이 없는데
아픈 몸으로 무슨 꽃을 피우나
— 작품「개미취」부분.
누구나 개미취의 꽃을 보면 먼 상상의 날개를 펴게 된다. 그 꽃빛깔에서 나는 젊음의 모험을 생각한다. 金承基 시인 또한 그러한 느낌을 받았을 게 분명하다. 이 세상에는 많고 많은 꽃들이 있다. 가능한 한, 그 꽃들을 많이 만나려면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이제 金承基 시인도 젊다고는 말하기 어려우므로 ‘시간이 없’다. 게다가 그는 아직도 몸이 불편하다. 그러한 안타까움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다음에 하늘의 뜻에 맡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金承基 시인은 그 뜻을 작품으로 밝히고 있다.
이 세상에 꽃으로 왔으면
반짝 피었다 지고 마는
짧은 생일지라도
은은하게 향기는 남기고 가야지
— 작품「무릇」부분.
이는, ‘무릇’을 빌어 金承基 시인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고 본다. ‘무릇’은 늦여름에 꽃을 피운다. 그래서 金承基 시인은 “타는 여름/말라버린 강을 건너왔으면/그래도 길고 질긴 목숨 아니던가.”라고 했다. 그의 어려웠던 지난날들이 눈앞에 어린다. 게다가 ‘사람 중의 꽃’이 ‘시인’ 아니겠는가. 이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성싶다. 시인이 되었으면 ‘아름다운 향기’, 즉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떠나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詩’는 시인에게 절대적으로 ‘목적’이 될 수 없다. ‘詩’는 다만 ‘시인’이 살아가는 방편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자면 ‘詩’는 시인에게 그 마음을 한 곳에 묶어두는 ‘화두(話頭)’일 뿐이다. 그렇기에 시인은 멋진 작품보다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金承基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金承基 시인의 몸이 완쾌됨으로써 들로 산으로 마음껏 야생화를 만나러 다니게 되었으면 한다. 또, 더 나아가서 그 삶이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란다.
2009년 단풍이 물드는 가을 낙성대에서
상황문학문인회 회 장
綠施 金載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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