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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이자리 꽃밭에 두꺼비 놀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벼룩이자리 꽃밭에 두꺼비 놀다 주룩주룩 내리던 봄비 그치자 상긋한 봄 향내에 취한 집두꺼비 산책을 나왔네 마당 텃밭가 벼룩이자리 풀밭에서 엉금엉금 팔딱팔딱 화들짝 놀라 톡톡 튀는 벼룩이 사냥에 신바람 났네 문득 난데없이 나타난 두꺼비 어디서 왔을까 산책길 되짚어 가보니 우리집 섬돌 밑이네 지금껏 우리집터를 지켜온 게 사랑지기인 줄 알았는데, 두꺼비였네 집터 지킴이였네 소풍놀이 끝낸 두꺼비 제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곧 밤이 오고, 한창 푸르게 물오르는 벼룩이자리 이파리들 두꺼비 꾸욱꾹 발도장 찍어 놓은 자리마다 밤새 별빛 내려와 고이고 잎겨드랑이에서 꽃눈 깨어나 햇살 퍼지는 아침이면 풀밭 가득가득 벼룩이자리들 하얗게 하얗게 별꽃 피겠네 ※ 벼룩이자리 .. 더보기
약모밀의 초상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약모밀 초상 당신의 뜰 마당 수북수북 자라나는 풀들을 깎지 마세요 뼈마디를 스치는 예초기의 날선 칼날에 폴폴 보풀 날릴 때마다 훅 훅 끼쳐오는 생선비린내로 마당은 오늘도 비릿합니다 플라멩코치맛단 같은 비늘자락 더는 들추지 마세요 당신을 위한 천연 항생제 약모밀, 따사로운 풀숲에서 마음껏 꽃 피도록 그냥 두세요 비늘 밑에서 고이 잠자고 있는 비린내 면역력을 키우는 향긋한 파랑으로 발효될 수 있게 매끄럽고 보드라운 손길로 살살 어루만져 주세요 그래야 혹여 생길지도 모르는 대상포진 아토피성피부염에서 뽀얀 당신의 살결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 평생을 종부(宗婦)로 살아온 당신, 세 살 때 천자문 외우고 다섯 살 때부터 십오 년을 한문서당에서 공부한 종손.. 더보기
삼백초 당신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삼백초 당신 구한말 갑부였던 증조부, 일제치하 때 술과 기생질에 노름에 흥선대원군처럼 파락호 행세를 하면서 일경의 눈을 피해 家産 털어 점조직 운반책으로 하여금 만주의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조달했다는 증조부, 결국엔 발각되어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지 삼일 만에 운명하셨다는 증조부, 그때서야 비로소 파락호 행세의 이유를 온가족이 알았다는 증조부, 그때 그렇게 재산을 몰수당하자 그 충격에 이번엔 진짜로 파락호가 되어 노름에 계집질에 밥 먹듯 가출을 일삼았다가 병으로 요절했다는 할아버지, 내 어린 날, 일찍부터 청상과부로 살아왔다는 할머니의 무릎을 베개 삼고 누워 옛날이야기 듣듯 들으며 자랐는데, 강원도교육청에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젊은 때 아홉.. 더보기
제주무엽란의 독백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제주무엽란의 독백 무엽란이 세상에 어디 한둘이더냐 濟州에서도 재빨리 이름을 상표등록한 건, 잘한 일이야 녹색식물 아니라고 따돌림 한번 받은 적 없지만 썩은 낙엽에 뿌리내리는 외로운 멍에, 늘 무거웠어 상록수림 울창한 그늘 아래서 한 번도 밖을 나가본 적 없는 푸른 이파리 하나 없어 광합성작용을 못하는 몸이지만 딱딱한 줄기에 엉성한 비늘잎만으로도 향기로운 꽃잎 피워 올리는 여름, 계절이 참 예뻤어 온몸을 태운 열정 숯덩이 되어 남을지라도 꼿꼿하게 흑연필로 서서 다가오는 가을을 드로잉하며 祝禱할 거야 꽃 피우고 열매까지 맺으며 살 만큼 살아봤어도 삶이란 여전히 알 수 없는 의문부호 어제의 일기와 오늘의 일기가 달라지는 늘그막에 당신을 만난 건, 아주 놀.. 더보기
한국시인협회 2023 연간 사화집 [詩와 종교] ㅇ 시 집 명 : 한국시인협회 2023 연간 사화집 ㅇ 제 목 : 詩와 종교 ㅇ 엮 은 이 : (사)한국시인협회 ㅇ 지 은 이 : 유자효 외 ㅇ 편집위원 : 김재홍, 한영숙 ㅇ 교 정 : 김향숙, 장수라 ㅇ 펴 낸 이 : 서정환 ㅇ 펴 낸 곳 : 신아출판사 ㅇ 발 행 일 : 2023. 12. 22. |차|례| 詩를 통한 세계 평화에의 기여 /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 3 감태준 끓는 저녁 / 20 강명숙 질경이 詩로 날다 / 21 강서일 첨탑 / 22 강애나 詩와 종교 ‧ 2 / 23 강영은 성체(聖體) / 24 강우식 서정주의 목탁 / 25 강진규 가을 하늘 아래 서면 / 26 고경옥 연꽃 / 27 고경자 베데스다에 내린 은총 시리우스에 동하다 / 28 고안나 날 선 검처럼 / 29 고영섭 詩 한 .. 더보기
흰배롱나무가 있는 禪房에서 ▼ 나무껍질 ▼ 꽃 ▼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흰배롱나무가 있는 禪房에서 하안거에 든 절집 마당 땡볕 속 배롱나무 홀로 붉어 공중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매미 울음 흩어질세라 꽃잎 속에 쓸어담고 있고 마당의 또 한 켠 멀쑥하게 키를 늘인 흰배롱나무도 몽글몽글 하얀 꽃송이 허공으로 빈손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하늘의 자연법문 열심히 說하고 있고 禪房엔 가부좌로 앉은 비구니들 하나같이 돌이 되어 굳어 가고 숲그늘에선 암컷수컷 짝을 만난 말매미 요란스럽게 울어 젖히며 得音의 절정을 꽉 움켜쥐고 있고 마당 밖 연못 속 청개구리는 연잎 뒤에 바짝 붙어 매달린 채로 낮잠 황홀경을 그리고 있고 당신과 나, 우리는 함께 여기 이 풍경 속에 詩로 들어앉아 畵龍點睛 그림이 완성되고 이토.. 더보기
계간《詩와문화》2023년 시상식 계간《詩와문화》2023년 시상식 계간 《詩와문화》 2023년 시상식과 송년회 행사가 약 70여 명의 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오후 17:00시에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예술가의 집’ 2층 다목적홀에서 있었습니다. 제1부 행사는 장우원 시인의 사회로 시문작가회장 노인수 시인의 개회사가 있었고, 계간 《詩와문화》 발행인 겸 주간 박몽구 시인의 한영사가 있었으며, 이어서 최서림 시인의 축사와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박관서 시인의 축사와 나종영 시인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계간 《詩와문화》 ‘작품상’과 ‘젊은시인상’의 시상식으로 이어졌는데, ‘작품상’ 수상자는 김창규 시인과 함진원 시인이 공동으로 수상하게 되었는데, 김창규 시인의 수상작은 계간 《詩와문화》 20.. 더보기
노래하는 은행나무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2023년 사화집] ㅇ 사화집 제목 : 노래하는 은행나무 ㅇ 지은이 :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ㅇ 펴낸이 : 양문규 ㅇ 펴낸곳 : 詩와에세이 ㅇ 발행일 : 2023. 10. 1. |차|례| 강경호 봄날의 각성 / 011 강나루 차마 별을 보지 못한다 / 012 강달수 매미 / 013 강대선 가다가 / 014 강매화 압록강 갈대 / 015 강문출 나비에게 길을 묻다 / 016 강백진 녹색 물결 / 017 강병숙 메주꽃 / 018 강상기 천년 은행나무 / 019 강선화 탈출구 / 020 강영환 영동 노랑 할마씨 / 021 강옥매 복수초 / 022 강원산 너의 향기 / 023 강은희 사과 / 024 강혜지 들꽃으로 산다 해도 / 025 고경숙 섬초 / 026 고도화 그대여 / 027 고미경 은행나무에 물들 때 / 02..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