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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4)

회리바람꽃

[흰 꽃]

 


[노란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회리바람꽃


  또 바람이 몰아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불어닥치는 회오리바람, 바람이 불 때마다 가슴엔 커다란 구덩이가 패였다.
  휑하니 뚫린 구덩이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외로움과 그리움의 피를 빨며 바람의 씨를 키웠고, 바람의 씨는 자라나 다시 바람을 낳고 구덩이를 낳았다.

  구덩이를 메울 수 있는 사랑의 흙이 없어 대신 눈물로 채웠지만, 구덩이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고 바싹 메말라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더 이상 구덩이가 생길 땅도 남아있지 않는 쪼그만 가슴, 회오리바람은 그칠 기미가 없었다. 악악 소리 질러가며 발악을 떨수록 자꾸만 늘어나고 커져가는 구덩이, 메우려고 허우적대기보다는 한 몸 되어 그냥 품기로 했다.

  착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상처를 입는 세상
  구덩이에 처박힌 불구의 몸뚱이 위로 아픔의 눈이 내려쌓이고 또 녹고 하면서, 모든 것이 기억상실증으로 묻혀버렸으면 했다.

  한 동한 심한 가뭄이 들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장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현기증이 일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나 비가 내렸다 그쳤다 했는지 모른다.

  목이 타는 갈증으로 감았던 눈을 뜨는 순간, 햇살이 밀물지듯 몰려들었다. 눈이 부셨지만 어지럽지도 않았다. 다만 노랗기도 하고 하얗기도 한 솜사탕 한 다발이 눈앞에 꽂혀 있었다. 잎사귀 끝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받아 마셨지만, 황홀한 기쁨도 없었다.
  구덩이 밖에선 회오리바람이 여전히 주위를 뱅뱅 맴돌고 있었다.

  구덩이, 이제 조금은 메울 수 있겠다. 그러나 그냥 두기로 했다. 평생을 낙인찍힌 이름 달고 살아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직도 심한 갈증, 풀어줄 샘물 어디에도 없다. 구덩이 안에 우물을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바람꽃 한 송이 기르기로 했다.
  지금도 바람은 그치지 않고 몰아친다.





※ 회리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강원도의 백두대간을 비롯한 중북부지방과 경기도 천마산의 산기슭에 자생한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으며 다육질이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없고 모두 줄기에서 나오는데 3장이 돌려난다. 총포(總苞)는 잎 모양으로 3장이 돌려나는데 포(苞)는 3갈래로 완전히 갈라지고, 갈래는 다시 깃 모양으로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있고, 양면에 흰색의 긴 털이 난다. 5~6월에 흰색 또는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꽃자루 끝에 1~3송이가 달리며, 밑 부분에 작은 포가 있다. 꽃받침은 5장으로 넓은 선형이며, 밑으로 젖혀지고, 겉에 흰색 털이 퍼져있으며, 씨방에도 흰색 털이 있다. 한방에서「반악은련화근(反萼銀蓮花根)」이라 하여 뿌리줄기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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