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꽃]
[분홍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섬노루귀
섬에 갇혔다
마음껏 풀을 뜯는 초원도 없고
뛰어 내달릴 수 있는 언덕도 없는 섬
팔딱팔딱 뛰어봐야 언제나 제자리,
드넓은 설원도 아닌
눈 쌓인 산비알을 겨우 붙잡고 버티어 섰다
말문이 닫혔다
당나귀 귀다 크게 소리치고 싶어도
목구멍에서 멈춰버린 아우성은
하늘을 넘지 못했다
귀도 막혔다
뭍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커녕 발밑의 파도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털옷을 껴입어도 뼛속까지 떨리는 한여름의 비바람보다
눈 내리는 겨울이 오히려 따뜻한 섬
어쩌다 이 섬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즐거움이니 행복이니 하는 말은
늘 멀리 있었다
스스로 놓아버릴 수 없는 삶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하늘,
볼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렇게 해가 뜨고 지고
밤하늘 달과 별을 바라보며
철학하는 낮과 밤이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꽃이 되었다
※ 섬노루귀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울릉도의 숲 속 밑에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전체에 흰색의 긴 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오는데 잎은 잎자루가 길고 잎몸은 두꺼우며 3갈래로 갈라진다. 갈래는 계란형 또는 둥근 모양으로 털이 있고 표면이 진한 녹색으로 광택이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3~5월에 흰색 또는 분홍색의 꽃이 긴 꽃줄기 끝에서 한 송이씩 핀다. 7~8월에 네모진 기둥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여러 식물도감에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고 되어 있는데,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잎이 나오면서 동시에 꽃이 핀다는 걸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