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구름미나리아재비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구름미나리아재비와 바위미나리아재비가 같이 모여 산다
쌍둥이처럼 닮아서 같아 보여도
들여다보면 다르다
그래도 한데 어울려 잘만 산다
산을 오른 일행 중 몇몇이 꽃사진을 찍으며
다르다 같다 실랑이를 하고 있다
삼십 년을 들꽃 공부한 나도 구별을 잘 못하는 걸
식물전문가도 아니면서 어찌 정확히 알겠는가
또 다른 한쪽 일행들 몇몇은 언제 어디로 올라왔냐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찌하느냐고
서로 목소리를 높인다
영실로 오르든 어리목으로 오르든 윗세오름에서 만나게 된다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왼손으로 숟가락을 잡을라치면
종손이 그러면 되겠느냐며 오른손에 쥐어주시던 할머니 아버지,
계집애가 그러면 못쓴다 해도 끝내
고집 꺾지 않은 막내동생은 양손으로 다 젓가락질을 하는데
사고로 오른손을 못 쓰는 나는
젓가락 대신 포크를 잡는다
눈물 쏟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잇속만 챙기는 정치판
대통령은 탄핵 당해 감옥 가고
좌파니 우파니 보수 진보 서로 잘났다 오늘도 쌈박질이다
같은 편끼리도 으르렁 주먹질이다
같으면 어떻고 다르면 어떠랴
그냥 꽃이면 되는 것을
이쪽으로 가든 저쪽으로 가든 어떠랴
결국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걸
한바탕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 구름미나리아재비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한라산과 함경남도 백두산의 높은 곳에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전체에 흰색의 거센 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모여나는데 잎자루가 길고 잎몸은 손바닥 모양으로 3갈래로 갈라진다.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어긋나는데 잎자루가 짧고 두 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5월에 연한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1~3송이씩 달린다. 꽃받침과 꽃잎은 5장으로 계란형이며 암술과 수술은 여러 개다. 9월에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열매가 모여 계란형의 열매 덩이를 이룬다.「바위미나리아재비」와 비슷하지만, 갈색의 작고 가는 털이 성기게 나 있는「바위미나리아재비」와 달리 흰색의 거센 털이 빽빽하게 나 있고 꽃이 연한 노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