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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6)

여우주머니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여우주머니


  나는 백년 묵은 백여우, 구슬주머니를 감춰야 해요

  총각의 精氣를 내 몸으로 빨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그래서 사람 되면 미세먼지로 가득한 이 세상을 맑은 하늘의 역사로 바꿀 수 있게 하는,
  파란 구슬
  하얀 구슬
  빨간 구슬
  까만 구슬
  그리고 노란 구슬까지, 오색구슬이 들어 있는 복주머니를
  들키지 않게 감춰야 해요

  사람이 되고 나면, 당신과 함께 발레를 추고 싶어요 삼바도 좋아요 왈츠라면 더 좋고요 하나하나 돌아가며 춤을 추다 보면 금세 오르가즘에 이를 거예요
  춤은 에너지의 근원, 겨울잠에서 나온 뱀과 개구리가 매가리 없는 몸으로도 제일 먼저 짝짓기 춤판으로 새 생명을 낳듯이
  발레 삼바 왈츠
  혼자서는 출 수 없는 춤
  좋은 세상 만드는 일에 당신이 함께 있어야 하거든요

  여우가 사람 되면 세상이 망한다니요?
  카오스를 코스모스로 바꿀 거예요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에서는 생목숨 가지고 노는 못된 나쁜 년이라 손가락질 받으며 말들 많지만, 천만에요
  희생 없는 역사 어디 있겠냐는 변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총각의 精氣 잠시 빌릴 뿐, 사람 되고 나면 恩人의 그 총각 구슬 다섯 개로 다시 살려낼 수 있거든요
  누가 뭐래도 당신은 오직 내 편, 믿어 줘야 해요

  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백년 묵은 백여우, 지금은 카오스 앞날의 코스모스를 위해 구슬주머니를 감춰야 해요
  멀리 남한산성에까지는 갈 것 없고, 그렇지, 바로 코앞 등잔 아래 당신이 서 있는 마당 풀밭에서 잘 띄지도 않는 쬐그만 꽃으로 둔갑해 한동안 숨어 있어야겠어요




※ 여우주머니 : 대극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황무지나 밭의 가장자리 또는 낮은 산기슭 밑에 자생한다. 원줄기와 가지에 잎이 달리고 가지에 좁은 날개가 있거나 줄이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넓은 피침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잎자루는 거의 없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다소 흰빛이 돈다. 암수한그루로서 6~10월에 황록색의 자잘한 암꽃과 수꽃이 잎겨드랑이에서 아래를 향하여 피는데 암꽃은 줄기와 가지의 아랫부분에 달리고 수꽃은 줄기와 가지의 윗부분에 달린다. 꽃자루가 있고 꽃받침은 긴 타원형으로 암꽃은 6장이고 수꽃은 4~5장이며 3개의 수술과 4개의 선체(腺體)가 있다. 10~11월에 납작한 구형(球形)의 열매가 연한 황록색으로 익는데 씨는 황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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