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7)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좀고추나물
사랑지기 울타리 안 마당에는
예전에 없었던 좀고추나물 꽃이 피는데요
키는 작아도 어찌나 실한지
빳빳이 고개 쳐들고
삼십 년 겨울가뭄 싸늘하게 식어진 질화로를 뎁혔는데요
요즘도 매주 물 뿌려 달라는 성화에
마당가 수도꼭지 멈출 줄 몰라
텃밭가 도랑엔 철철철 물 흐르고
텃밭까지 촉촉하게 적셨는데요
40도를 치솟는 가마솥더위 폭염에도 가뭄 없이
철 따라 지금도 꽃 피는데요
온갖 진드기 달라붙는 요즘 세상에도
물기 마를 날 없이 촉촉한 땅에는 진드기 얼씬도 하지 않아
사랑지기 울타리 안 마당에서
오늘도 튼실하게 꽃 피는데요
좀고추나물이 하는 말
지금 여기가 극락인지 천국인지
사후에만 극락 천국 있다는 말이 다 헛말이라는
확실한 증거 수집
언제든지 제시할 수 있다네요
※ 좀고추나물 : 물레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중부지방 이남의 들이나 뜰의 습기가 있는 곳에 자생한다. 줄기는 곧게 서는데 4개의 능선이 있다. 잎은 마주나는데 타원형 또는 계란형으로 끝이 뾰족하거나 뭉툭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포(苞)는 잎 모양으로 계란 모양의 타원형이다. 7~8월에 노란색의 조그마한 꽃이 줄기 끝에서 두 개로 갈라지는 취산꽃차례로 피는데 꽃잎은 5장으로 꽃받침보다 짧고 수술은 8~10개이다. 10월에 계란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