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남한산성 방울비짜루
바닷가 모래언덕 풀밭에서나 만나던 너를
느닷없이 남한산성 제2남옹성에서 앞을 가로막아서며
내 발길 붙잡는 너를
해발 480미터, 이 높은 산꼭대기에서 어쩌면 좋아
저 아래 삼전도(三田渡) 한강 하늘에는 저녁노을 붉게 타는데
오랜 세월 공들여도 결코 건널 수 없는 울음강
병든 굴욕의 역사를
황록색 종소리로 쓸어 담아야 하는 빗자루나 되겠다고
여기까지 올라온 너를, 어쩌면 좋아
꽃 속에 새로운 하늘 품는다 한들
신경쇠약 폐결핵으로 날마다 콜록콜록
때로는 하혈(下血)까지 하는 몸,
그마저도 세계문화유산 관리한다며 도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몇 번이고 싹뚝싹뚝
툭하면 예초기에 잘리우는 너를
어쩌면 좋아
언제 다시 싹을 틔워 꽃 피우려고,
제대로나 열매 맺어
방울방울 익어가는 가을을 꿈이나 꿀 수 있으며,
내년 봄에도 다시 너를 만날 수는 있는 걸까
어찌해야 붉은 열매로 단단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남한산성 제2남옹성 풀밭
벌초 후에 민대머리로 남아야 하는, 너의 보금자리
아아, 어쩌면 좋아
그걸 바라만 보아야 하는 나는 또 어쩌면 좋아
※ 방울비짜루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국 각처의 산이나 바닷가 언덕의 양지바른 곳에 자생한다. 뿌리줄기는 짧고 수염뿌리가 길게 뻗는다. 키는 높이 1m까지 자라고 줄기는 원주형(圓柱形)으로 곧추서고 위로 뻗는 가지가 있다. 일년생가지에는 3개의 능각(稜角)이 있으며 능선(稜線) 위에는 소돌기가 있어서 거칠다. 잎은 선형(線形)으로 끝이 뾰족하며 곧고 능각(稜角)이 있으며 짙은 녹색이다. 암수딴그루로 6~7월에 황록색의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아귀에 1~2개씩 달리고 통(筒) 모양으로 된 종형(鐘形)으로 꽃자루가 길고 중부(中部) 또는 중상부(中上部)에 관절(關節)이 있다. 수꽃의 꽃잎조각은 6개로 수술은 6개인데 약(葯)은 수술대보다 길다. 암꽃의 꽃잎조각은 짧다. 7~8월에 둥근 장과(漿果)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데 3~4개의 종자(씨)가 들어있다. 어린순을 나물로 식용하고, 민간에서 ‘비짜루’와 함께 뿌리와 전초(全草)를 지혈제와 이뇨제로 쓰고 열매와 뿌리줄기를 신경쇠약, 자궁출혈, 폐결핵의 약재로 쓴다. 세계적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에도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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