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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감자꽃 아픈 살을 도려내어야 싹을 틔우는 만큼 화려하지도 못한 낳지도 못할 씨 주머니 움켜잡고 있는 거세 당한 꽃 늙은 아버지처럼 등이 굽었다 ※ 감자 : 가지과의 한해살이풀로 남아메리카 고지대 원산이다. 원산지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풀로 중부지방의 농가에서 작물로 재배한다. 뿌리줄기 끝이 덩이줄기로 되어 독특한 냄새가 난다. 잎은 어긋나는데 잎자루가 길고, 깃꼴겹잎으로 작은잎은 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5~6월에 흰색 또는 자주색의 꽃이 피고, 7~8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황록색으로 익는다. 뿌리의 덩이줄기를 식용하고, 한방에서「양우(洋芋)」라 하여 뿌리의 덩이줄기를 약재로 쓴다. 우리의 중요.. 더보기
병꽃풀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병꽃풀 이봐, 속이 텅 비었잖아 짧은 生을 살면서 얼마나 채웠길래 그렇게도 풀어놓을 그 무엇이 남았다고 하니 아니야, 지금까지는 채우기만 했는걸 그 동안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서리서리 감아놓은 허공 아직 풀지도 못했는걸 하늘에 매달린 채 무거워서 거꾸러진 병 주둥이 그래, 이젠 풀어놓는 거야 구름을 밀어 하나 둘 풀어놓다 보면 비어버린 병 속으로 들어오는 더 큰 하늘이 보일 거야 햇살이 바늘침 되어 찔러대는 여름날 오후 풀숲에선 오늘도 조용히 항아리를 비우는 역사를 펼친다 ※ 병꽃풀 :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산이나 들의 양지에 자생한다. 줄기는 모가 지고, 곧게 자라다가 옆으로 뻗는다. 잎은 마주나는데 심장형으로 가.. 더보기
산딸나무 꽃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산딸나무 하늘마저 타버리는 유월 한낮 북한산을 오른다 예전에 만났던 바위말발도리 오늘도 볼 수 있을까 마음 부풀어 홀로 오르는 길 발밑에선 남산제비꽃이 짙은 잎을 띄우고, 오월 하늘 꽃 자랑하던 팥배나무 노린재나무는 꽃을 지운 채 좌우로 늘어서 있고, 쪽동백도 콩알 같은 열매를 총총히 달고서 반기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바위말발도리는 보이지 않고 덜꿩나무만 휑뎅그렁하게 서 있네 못 보면 또 어떠랴 땀 흘리며 찾아온 욕심인걸 병꽃나무도 마음을 비웠는데, 나도 그리움 비우고 그렇지, 그렇게 유유자적하는 발걸음 그러는 내 모습을 멀리서 산딸나무가 하얗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 산딸나무 : 층층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으로 .. 더보기
병꽃나무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병꽃나무 오랜 시간 많은 것을 채우기만 했지 하늘까지 채우고도 늘 굶주린다 했지 하늘에 매달린 항아리 무거워서 거꾸러진 병 주둥이 무엇 할까 흘러가는 구름을 보다가 그래 그렇지 세상은 채우는 것이 아니야 있는 대로 어우러지는 거지 허공을 풀어 놓는다 항아리를 비우는 작업을 한다 ※ 병꽃나무 : 인동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한국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기슭 양지에 자생한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양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양면에 털이 있다.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깔대기 모양의 꽃이 피는데 처음에는 황록색으로 피어 나중에 붉은색으로 변한다. 9월에 가늘고 길쭉한 열매가 두 개로 갈라지며 익는다.. 더보기
북한산에서 만난 바위말발도리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북한산에서 만난 바위말발도리 비 그친 여름 새벽 북한산을 오른다 서울 나들이 때마다 친구들 입에서 「우리에게도 설악산에 버금가는 산이 있다.」기에 짬을 내어 함께 오르는 길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딛는 발끝에서 아침해 떠오르고 내게로 달려드는 물소리가 서늘하게도 뼈마디를 콕콕 찌른다 가파른 산일수록 참나무는 꼿꼿이 허리 세우고 반가웁다, 소나무가 앞을 막아선다 앞서던 발길 멈추고 만나는 나무들 인사하며 「서울에도 산이 있구나.」 혼잣말로 가슴 속을 씻어 내린다 밤새 비 맞은 오리나무가 팔이 아프다고 무겁게 잎을 휘저을 때 후두둑 떨어지는 이슬에 뒤따르며 얼굴 들다 콧잔등을 맞은 친구는 「어라, 비 오네.」 안타까워할 때 「아니야, 때묻은 짐승.. 더보기
질경이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질경이 하늘이 보여 머리 위에서 스치던 숱한 발자국 긴 시간 짓누르는 멍에로만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피워 올린 꽃 늘 향기 없는 붓이라고 보이지도 않는 하늘 쳐다보며 어떻게 하면 그릴 수 있을까 까맣게 씨만 열심히 영글어 왔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하늘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그림이 되고 음악도 되는 것을 가슴 가득 안아보게 되다니 이젠 그릴 수 있겠어 온몸에 들어와 차 있는 하늘이 향그러운 물감으로 출렁이고 있는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화인지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겠어 앞으론 땅 밑도 보아야지 얼마만큼 뿌리를 늘일 수 있는지 아, 하늘이 보여 ※ 질경이 : 질경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과 길가에 자.. 더보기
달맞이꽃 [새싹]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달맞이꽃 달을 보려고 얼굴 드니 침으로 찌르는 빗살 여러 날을 불태양 아래서 몸 움츠리며 밤을 비는 축원 아는지 모르는지 얼굴 때리는 비 꽃 피우기를 접어야 할까 어두운 하늘 밝힐 수 있다면 빗속에서도 꽃을 피워야지 그래서 추하게 지는 알몸 아침 햇살에 다 들켜 버려도 내일 밤엔 반드시 달을 볼 거야 ※ 달맞이꽃 :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로 남아메리카 칠레 원산인 귀화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들에 자생한다. 굵고 곧은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나와 곧게 자란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로제트형으로 둥근 방석처럼 넓게 퍼지고, 줄기에서 나온 잎은 어긋나는데 선형 또는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얕은 톱니가 있다. 7~8.. 더보기
잔디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잔 디 가뭄이 심하구나 줄기에서 뿌리를 뻗어야지 갈수록 척박한 땅 살려면 어쩔 수 없어 가진 것이라곤 없는데 몸이라도 성해야지 꽃이 아니라 하면 어떠리 나 홀로 꽃이면 되는 것을. 바람결이 차겁구나 무서리 내리기 전에 좋은 햇살 아래서 씨를 받아야지 잎은 시들어도 줄기는 푸르게 부드러운 땅을 골라 터를 잡으면 멀리 있던 하늘 몸 속으로 들어와 푸른 잎으로 다시 열리는 것을. ※ 잔디 : 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양지바른 산과 들에 자생한다. 뿌리줄기와 땅 위를 기는 줄기는 단단하고 마디가 많으며 길게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마다 가는 수염뿌리를 내린다. 잎은 선형 또는 피침형으로 편평하고, 어릴 때에는 양면에 긴 털이 퍼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