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썸네일형 리스트형 메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메 꽃 나도 나팔을 불 줄 알어. 조그만 몸뚱어리로 불어대는 나팔소리, 짐짓 하늘이 못 들은 체 꿈쩍없지만 속으로는 흔들리는 마음 애써 참고 있다는 걸 알어. 능소화 나팔꽃 보다는 화려하지 못해도 질러대는 목소리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힘차다는 걸 믿어. 하늘이 벌써부터 동요하고 있잖아. 그걸 어떻게 아느냐구 묻지는 말어.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이 따스하게 느껴지잖아. 보잘것없는 작은 키에 뒤틀려버린 몰골을 지녔지만, 언제나 웃음으로 참아내는 아픔, 그 아픔으로 불어대는 나팔소리에 하늘이 저렇게 시리도록 파래졌잖아. 늘 그대와 함께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어. 떨어져 내리는 내 모습에 그대 눈물을 보이지 말어.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보기 망초꽃 [새싹] [줄기]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망초꽃 보잘것없는 풀이라고 업신여기지 마 자세히 들여다 볼 줄 아는 그래서 무엇이 아름다운지 아는 생각하는 마음을 쓸 줄 아는 웃음 띤 얼굴을 해 봐 이래봬도 꽤나 예쁘게 생겼지 않니 왜들 잡초로 여기는지 가슴이 아파 눈물은 보이지 않는 거야 파란 들 푸른 산 훤히 비추는 반짝이는 꽃이 되는 거야 초여름은 꽃들이 많아서 좋아 힘을 모아야 해 팔 벌려 얼싸안고 어깨동무를 하면, 은하수 되는 거야 자꾸만 메말라 가는 세상 어지러운 이 땅에서 어찌 저리도 고운 별이 되었을까 어찌 그렇게 작은 눈망울로도 하얗게 세상 보는 눈을 가졌을까 늘씬한 키 해맑은 얼굴로 어제오늘 꽃 피웠듯이 지금부턴 내일을 노래하리 폐허 .. 더보기 복수초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복수초 겨울을 지내는 동안 가슴 속에 지긋이 눌러 품고 있던 지구의 불덩이 그 솟구치는 힘을 천천히 얼음 녹이며 노랗게 꽃으로 피웠구나 봄을 제일 먼저 가져다주는 너는 해맑은 눈동자를 지닌 아가의 얼굴처럼 방긋 웃고 있구나 毒을 가슴에 끌어안아 약으로 발효시킬 줄 아는 사랑 또한 가지고 있구나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고달픈 내 영혼이 벌떡 일어나 두 팔 벌려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불춤을 추게 하는구나 그래, 그렇지 우리 모두 누구든지 어깨를 함께하여 우주를 한 아름 끌어안고 이 땅의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福춤을 추자꾸나 너와 나 메마른 가슴밭을 파랗게 적시는 사랑춤을 추자꾸나 봄을 준비하며 지금까.. 더보기 동백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동 백 麗水에 갔었을 때는 마음을 열어 다가왔는데 오늘 水國에서는 굳은 얼굴 꼭 다문 입술로 끝내 속을 보이지 않는구나 까맣게 속을 태우며 키워 온 씨앗 그 속을 내밀어 뱉아낼 때 되었지 그래, 힘차게 열어젖히는 거야 닫혔던 문 열리며 쏟아낼 기쁨 너의 속살이 사뭇 궁금하구나 1995년 8월 3일 경상남도 통영시 인평동 水國작가촌 「詩와 詩學 교실」에서 ※ 동백나무 : 차나무과의 상록성 활엽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 다도해 해안과 섬 지방, 제주도와 울릉도, 대청도 해안가의 산지와 마을 부근에 자생한다. 잎은 어긋나는데 가죽질의 긴 타원형으로 표면은 짙은 녹색을 띠면서 윤기가 나고,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으며, 뒷.. 더보기 (14) 그리운 친구에게 꽃소식을 실어 연일 무더운 날씨에 나무들도 지쳤는지 이파리를 축 늘어뜨리고 헉헉거리고 있습니다. 새벽지기님, 그 동안 잘 지내셨겠지요. 더운 날씨로 건강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매일 방송을 통해 새벽지기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한 동안 바쁘게 지내다보니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31일은 창경궁엘 다녀왔습니다. 작품 발표를 위해 원고를 보낼 때마다 함께 보낼 마땅한 사진이 없어 늘 고심하며, 하루 날을 잡아 사진 촬영을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일 저런 일로 차일피일 미루어 왔었는데, 지난 5월 31일에서야 비로소 사진 촬영을 시행하게 되어 창경궁을 찾았었습니다. 마침 월드컵 개막일이기도 하여 창경궁에서는 월드컵 개막 기념 문화행사로 궁중의례 재현 '국왕 즉위식'을 연출하고.. 더보기 산매발톱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산매발톱 아, 너 여기 있었구나 迷妄의 뜰에서 인연의 끈 풀지 못하는 나를 떨치고 푸드득 날아오르더니 깊은 산 숲 속에서 고요를 가득 안고 꽃으로 앉아 있었구나 청아한 모습 어쩌다 잘못된 이름으로 사람들 입에 올라 있어도 名可名은 不可名이며 道可道는 不可道임을* 환한 얼굴로 웃음 짓고 있구나 이제 산을 내려가면 어제와 또 다른 迷妄에 휩싸이겠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떨리는 가슴 네 곁에 앉아 너의 미소를 배우고 싶구나 ※ 산매발톱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며「하늘매발톱」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북부의 고산 중턱 이상 암석지에 자생한다. 대체로 전체에 털이 없고, 뿌리에서 나온 잎은 촘촘히 모여나는데, 잎자루는 길고, .. 더보기 (11) 적벽강에서 주워 온 조약돌 열 한 개 지난 여름은 참으로 참혹했습니다. 태풍 '루사'가 전국토를 마구 휘잡아 쓸고 간 뒤의 우리 국토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쩜 그렇게도 모질고 매정하게 뒤흔들어 놓았는지, 새로 힘을 내어 일어서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서로서로 힘을 북돋워 주고 위로해 주면서 다시 용기를 내어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풍 '루사'가 지나간 뒤의 헝클어진 모습이지만, 그래도 가을은 성큼 다가와서 우리들 곁에 머물면서 파아란 하늘과 하얀 햇살을 듬뿍 쏟아놓고 있듯이 우리의 일그러진 얼굴에도 하루 빨리 하얀 웃음이 피어날 수 있도록 모두가 마음을 합하고 손을 모아야 하겠지요. 태풍이 휩쓸고 간 뒤, 우리의 꽃 야생화들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안부가 궁금해서 며칠을 산으로 들로 쏘다니다, 덜.. 더보기 (10) 야생화와 함께 건강한 여름을 한밤에도 매미가 울어대는 깊은 여름입니다. 연일 수은주가 35도를 오르내리고, 매일 열대야 현상이 새벽까지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 길가의 가로수도 잎을 축 늘어뜨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 들과 산 속의 야생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감히 찾아가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마음이 안타까운 계절입니다. 10여년을 야생화를 찾아 들로 산으로 쏘다니다보니, 이제는 화원 앞을 지나갈 때는 자꾸만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가슴이 아려옵니다. 화원 안에서 싼 값에 팔려 낯선 가슴에 안기기를 기다리고 있는 折花들을 차마 쳐다볼 수 없어서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시선을 외면한 채 얼른 지나쳐버리곤 합니다. 있는 자리에서 .. 더보기 이전 1 ··· 17 18 19 20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