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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솔잎詩동인 제6시집「작은 거울로 보는 세상」 〇 동인지명 : 솔잎詩동인 제6시집 〇 제목 : 작은 거울로 보는 세상 〇 지은이 : 솔잎詩동인 〇 출판사 : 도서출판 영하 〇 발간일 : 2002. 5. 25 ---------------------------------------------------------------------------------------------- |차|례| 책 머리에 / 13 회원 주소록 / 133 고 광 자 / 19 국제 자유도시의 섬/메주를 짊어지고 가는 여인/정원을 만드는 사람/바다갈매기와 반달/적멸보궁의 얼레지 김 승 기 / 29 산목련/무화과나무/쥐오줌풀/강아지풀/탱자나무 문 태 하 / 41 동백꽃/죽부인(竹夫人)/충주호에서/물놀이/당항포 바닷가에서 박 수 민 / 51 전투장/전나무/겨울 산길에서/공연장에서/봄날.. 더보기
물달개비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물달개비 떠나는 사랑, 손 흔들지도 말고 등 돌리는 사랑, 붙잡지도 말라며 진창에 밀어넣고 가는 사람아 무에 그리 미워서 그렇게 꼭 허방으로 빠뜨려야만 했느냐 눈조차 뜰 수 없는 진펄 다시 일어나 꽃피우지 못할 줄 알았더냐 때 없이 짙은 안개 이는 세상살이 언제 바닥으로 떨어질까 돌부리에 채일까 하늘거리던 이파리 두텁게 길어지며 날 설 때마다 용수철처럼 솟아오르는 희망의 녹즙 줄기 속 탱탱하게 갈무리해두었나니 낮엔 햇살 뜨거워도 밤마다 별빛 찬연한 하늘 화안히 마음 헹구어 흐려지는 물 다시 맑히며 어여쁘게 꽃피울 수 있나니 세상사람들아, 손가락질 말거라 누구나 아픔 하나 품고 사느니, 옷자락에 진흙물 좀 묻었다고 그게 비웃음 살 일이더냐 .. 더보기
미나리냉이를 만났다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미나리냉이를 만났다 오늘 미나리냉이를 만났다 떠나는 사랑, 아프게 손 흔들고 만난 얼굴 하얀 웃음이 곱다 미나리와 냉이를 모두 닮았다 어느 때 냉이 향이 나고 어떨 때 미나리 내음이 날까 세상 하늘을 이고 사는 목숨엔 저마다의 향으로 꽃을 피운다는데, 지금껏 내 몸에선 어떤 냄새가 났을까 아 아 떠난 사람아, 팔다리 저리는 몸뚱이 얼마나 고약한 냄새였길래 헤어지겠다는 말조차도 못하였을까 이별을 던지는 사랑, 말없이 등돌리는 사랑 그 발걸음에는 어떤 내음이 고일까 새로 시작하는 사랑엔 무슨 향이 일어날까 향기 있는 사랑 또 다가올까 냉이를 보내고 미나리도 떠나보내고 혼자 떨며 주저앉으며, 손잡은 새사랑아 냉이 향일까.. 더보기
둥근잎나팔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둥근잎나팔꽃 아, 사랑아 힘 부친 세상살이 외롭고 서럽고 아플 때마다 허공을 감아올리며 담장 아래서 들려주던 트럼펫 선율 하트로 수를 놓는 세레나데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던 사랑아 눌리고 밟히며 입은 세월의 상처, 상처의 몸 기대고 껴안으며 부비던 사랑아 여름 끝나자 갈색으로 마르는 줄기 까만 눈물만 뚝뚝뚝 이별을 말하네 아, 사랑아 너무 멀리 가지 말아라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부디 돌아오는 길 잊지 말거라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팔 뻗으며 붙잡아도, 피 토하며 울부짖어도, 뿌리치던 그 손 끝내 보이지 않네 아, 사랑아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사랑아 아픈 겨울 보내는 동안 까맣게 터지는 절망의 씨앗 희망의 싹.. 더보기
노랑할미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노랑할미꽃 그대와 나 우리 사랑은 노랑색 처음으로 돌아가요 그대 앞에서 쳐다보지 못하는 단 한 번도 고개 들지 못한 부끄러운 마음 알잖아요 흰 도화지에 그리는 밑그림처럼 본디 자연이 노란색이듯 초심으로 돌아가요 지각변동 일고 생명들 생기면서 여러 색으로 물든 세상, 봄부터 여름까지 푸르게 얼룩지다가도 가을이면 낙엽으로 반성하며 노랗게 비워주고 돌아가듯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요 적당한 거리를 두는 법 몰라 가까이 다가가려고만 애쓰다보니 우리 사이에도 지각변동 일어 진하게 얼룩진 사랑 이제 흰머리 나부끼는 늙은 나이 지내온 세월 멀다 생각되지만 가슴속엔 노란색 그대로예요 우리 처음 만난 그 순간으로 돌아가요 ※ 노랑할미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더보기
린네풀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린네풀 이 뭐꼬 이름이 와 이렇노 분명코 나무인데 어캐 풀이라 카노 성전환수술이라도 했단 말인교 게이 트렌스젠더 아니라예 똑바로 알고 제대로 부르라예 글카고 내사 마 여러 피 섞인 잡종 아니라예 나라 망치고 땅 빼앗긴 양반네들 꼴 보기 싫어 깊은 산속 꼭꼭 숨었지만 코쟁이에게 들켜버린 몸, 못나빠진 조상 땜시 얻은 학명이야 그렇다 캐도 우째 부르는 이름꺼정 그라 카노 한국식물도감꺼정 양놈 취급 받는 거 증말로 억울하다 아잉교 튀기 아닌, 아주 오랜 옛적부터 순수혈통 지켜온 조선땅에서 숨쉬는 토종이라예 여직 뭐 카고 있능교 호적법 폐지되고 개명절차 간소화 됐걸랑 어서 빨랑 이름 바꿔 달라 아잉교 이 땅에서 못 살겠다며 잘난 연놈 외국으로 달.. 더보기
회리바람꽃 [흰 꽃] [노란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회리바람꽃 또 바람이 몰아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불어닥치는 회오리바람, 바람이 불 때마다 가슴엔 커다란 구덩이가 패였다. 휑하니 뚫린 구덩이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외로움과 그리움의 피를 빨며 바람의 씨를 키웠고, 바람의 씨는 자라나 다시 바람을 낳고 구덩이를 낳았다. 구덩이를 메울 수 있는 사랑의 흙이 없어 대신 눈물로 채웠지만, 구덩이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고 바싹 메말라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더 이상 구덩이가 생길 땅도 남아있지 않는 쪼그만 가슴, 회오리바람은 그칠 기미가 없었다. 악악 소리 질러가며 발악을 떨수록 자꾸만 늘어나고 커져가는 구덩이, 메우려고 허우적대기보다는 한 몸 되어 그냥 품기로 했다.. 더보기
노박덩굴 [새순] [잎] [줄기]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노박덩굴 넝쿨지지도 않았는데 덩굴이라 불립니다 어울렁더울렁 어우러져야 한다며 넌출거리길 요구합니다 눈 흘기며 바라보기만 하는 갈수록 메말라가는 세상, 관목이면서도 덩굴로 불리는 한 번 씌워진 멍에를 벗을 수가 없습니다 너도 나도 덩굴로 얽히는 숲 속 꽃으로 꼿꼿이 서 있지 못할 거라면, 화려하게 꽃 피우기보다는 이파리 뒤에 보일 듯 말 듯 연둣빛으로 감추겠습니다 다른 꽃이며 열매며 모두 스러지고 떨어진 칙칙한 겨울하늘 아래서 차라리 원색의 열매로 치장하겠습니다 이렇게라도 존재의 이유를 확인시킬 수 있다면 수없이 얼굴 때리는 찬바람쯤이야 감당 못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눈이라도 내려 모자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