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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시인의 말 / 또 다시 꽃을 위하여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시/인/의/말/ 또 다시 꽃읋 위하여 단기4337년(서기2004년) 7월, 갑자기 내게 다가온 사고는 큰 불행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이틀만에 의식이 돌아왔을 때, 전신마비라는 말은 충격이었다. 몸의 장애보다도 "이제 앞으로 詩를 어떻게 쓰나." 그리고 "앞으로 꽃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두 가지 문제가 눈앞을 캄캄하게 하였다. 시골로 내려갔다. 그러나 다친 몸으로 찾은 고향은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시골에서의 치료 요양 생활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 꽃을 찾으며 詩를 써야겠다는 일념으로 견디어냈다. 그 강한 의지가 1년 6개월만에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 더보기
큰꽃으아리 [새싹] [새순] [잎]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큰꽃으아리 흔들리는 가지에라도 등불을 걸면 깜깜한 세상 진한 그림자 엷어지겠지 그렇게 꽃 피우는 거지 아프게 사는 생명 한둘이던가 이리 저리 휘감다 보면 세월이야 살아지겠지 아픔도 잊어지겠지 휘청휘청 덩굴지는 세월 온몸 아파도 이 가지 저 가지 웃으면서 꽃 피우는 거지 아픔을 품어야 밝은 얼굴 하얀 웃음이 꽃이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축축한 세상 아우르는 연꽃이 어디 물에서만 피던가 목련으로 공중을 어루만지듯이 덩굴 위에서도 커다랗게 꽃 피워 으아리지는 온 누리 등불 밝히는 것이지 ※ 큰꽃으아리 : 미나리아재비과의 낙엽성 활엽 만경목(덩굴나무)으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 더보기
둥굴레차를 마시는 사람들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둥굴레차를 마시는 사람들 누룽지를 만들지 못하는 전기밥솥으로 사는 요즘사람들은 숭늉 맛이 나는 둥굴레차를 마신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들 빙 둘러 앉아 옹알이하는 아가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소곤소곤 쑥덕쑥덕 희희락락하다가도 옛 숭늉이 그리울 땐 둥굴레차를 마시며, 그것이 뿌리 채 뽑혀 죽은 생명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다 방금 들여다본 아가의 얼굴 닮은 눈빛 맑은 목숨들이 풀숲의 역사를 밝히며 피운 꽃이었다는 걸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둥굴레차를 마시며 둥글게 둥글게 손을 마주잡고 이 세상 모두가 하나 되는 원을 그리자고 한다 ※ 둥굴레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 자생한.. 더보기
흰고마리 [새싹] [땅속의 폐쇄화]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흰고마리 마알갛구나 티끌 하나 묻지 않는 유리알 아가의 눈동자를 닮았구나 하얗구나 산천 그늘 죄다 비치는 갓난아기의 살결 가을하늘 새털구름을 닮았구나 온몸 가득 가시 세우면 그렇게 나도 맑아질 수 있을까 청정한 물가만을 골라 뿌리 내리며 안간힘 썼어도 비바람치는 세상 이리 밀리고 저리 쓸리며 곤두박질쳐진 진창 굴헝 상처로 얼룩진 몸뚱이 다시 일어서 가시 세우면 마음 화안히 헹구어 비추는 밤하늘 별빛으로 빛날 수 있을까 외딴 길을 멀리 걸어온 지금 돌아보면 깊게 패인 발자국만 무거웁고, 되돌아설 수도 없는 시린 하늘 구름만 흘러가네 말라 있어도 늘 젖어 사는 웃음이 강물 되어 흐르는 얼굴 당신은.. 더보기
고마리 [새싹] [잎] [땅속 뿌리의 폐쇄화]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고마리 그대는 보았는가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은인성자를 늘 젖어있는 곳으로 몸을 낮추고 청정한 물가만 골라 이상향을 꿈꾸는 가을의 젊은 성자를 보았는가 진창 굴헝에서 쓰러지고 뒹굴어져도 흙 하나 묻히지 않고 가시 세우며 다시 일어서서 오직 한 곳을 바라보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다부진 얼굴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하찮은 세상일에는 무심한 듯한, 하얗고 붉은 미소 어디를 응시하고 있는가 비바람불고 천둥소리 요란한 세상 피 흘리며 쓰러지는 것들 아픈 상처 지혈시켜 주던 맑은 눈빛 그러나 보았는가 깊은 가을하늘 속을 걸어가고 있는 피멍든 눈동자를 ※ 고마리 : .. 더보기
노인장대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노인장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누가 말했느냐 죽고 싶어 죽는 사람 어디 있으며 살고 싶어 사는 사람 어디 있겠느냐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목숨 죽을 수도 없지 않느냐 그냥 사는 거지 굽이굽이 생의 고개 숨 턱턱 막힐 때마다 눈감으면 편한 길 땀 흘리며 오르다 보면 시원하게 바람 웃어재끼는 정상이 있을 것이고 숨 고르며 쉬었다 가는 내리막도 있을 것이고 파랑새의 꿈을 꾸면서 살아내다 보면 붉게 꽃도 피어날 것이고 타는 가슴 속에서 씨앗도 맺히는 것이지 이 세상의 어느 풀 나무인들 비바람 피하려고 몸부림치는 것 보았느냐 ※ 노인장대 : 여뀌(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붉은털여뀌」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각처의 들과 길.. 더보기
피뿌리풀 [새싹] [꽃봉오리]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피뿌리풀 무슨 서러움을 온몸 칭칭 감았느냐 쏘아보는 눈동자 핏발이 섰구나 아무리 피 맺힌 사연인들 풀지 못할 것 무엇이냐 지금은 새파란 하늘이지만 서쪽 바다에 뜨는 노을이 너보다는 붉을 것이네 힘들게 사는 목숨 어디 너뿐이겠느냐 이생에서의 그림자를 내생으로 옮기지 말게나 윤회하는 세상 꽃으로 피기가 쉬운 일이더냐 너무 많은 피를 뿌리지 말게나 고요의 침대 위에 마음을 뉘이게나 바람으로 햇빛으로 이불이 되어주마 너의 떨치지 못하는 분노 그 아픈 사랑도 한낱 구름으로 지나는 그림자 아니겠느냐 ※ 피뿌리풀 : 팥꽃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한국 특산식물로 우리나라 제주도 한라산 동쪽 지역의 오름과 .. 더보기
쇠물푸레나무꽃 [잎] [나무껍질]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쇠물푸레나무꽃 제 몸뚱이보다도 널따란 잎 하늘 파아랗게 물들이고 물 푸르게 수놓는 꽃이 되어 날개 퍼덕이는가 내 마음의 장마철 어두운 구름 활짝 개이네 어릴 적 추억 벗이 되어준 몸꼴 춘궁기 때마다 나물 되어 허기진 배 채워주던 딴딴했던 몸통에서 돋는 새순은 또 얼마나 부드러웠는가 사랑이 꽃으로 피는 게야 수천만 번 따르려고 해도 닮을 수 없는 사랑 온 누리 화안히 밝히고 있는 게야 병든 세상 구석구석 어루만지고 있는 게야 언제쯤에야 너처럼 어둔 하늘 땅 밝히는 푸르게 빛나는 나무 될까 바라볼 때마다 밝은 미소 피어오르는 너 뻣뻣이 무거운 팔다리 잠자리날개처럼 가벼워지네 ※ 쇠물푸레나무 : 물푸레나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