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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구름제비란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구름제비란 가마솥더위 폭염이 소름으로 돋는 팔월, 설악 무산 스님이 없는 만해마을에 와서 보내는 하룻밤이 길다 매미 울음소리도 모기도 없는 곳에서 늘 주장자를 짚고 서서 세상을 일갈하던 대종사의 偈頌마저도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그 뒤로는 구름 속에 집을 짓던 제비도 떠났다 밤이면 별이 내려와 강물로 흐르고 강물은 하늘에 올라 별로 반짝이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소리들 매연과 소음으로 범벅 되어 있을 때마다 한 줄기 섬광으로 번쩍이던 강물도 별도, 액자 속으로 들어가 만해마을 벽면에 그림으로 앉아 있다 낯선 고요, 긴 밤 뒤척이다 온몸 흐려진 새벽녘 창문을 후려치는 폭우에 다시 또렷해지는 눈동자로 겨우 날이 밝아오고, 눈물 젖은 서늘한 산안개 속에서 아.. 더보기
무환자나무 [나무껍질]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무환자나무 염주를 굴리다가 느낀다 염주알이 딴딴하다 短珠와 合掌珠는 향나무 박달나무 벽조목으로 만들고 백팔염주는 보리자 목환자 율무로 만든다 보리자는 보리자나무 열매고 목환자는 무환자나무 열매다 어느 것이나 단단하기 이를 데 없다 목환자로 만든 백팔염주 돌리다가 생각한다 깨알같이 작은 꽃이 어찌 이리 딴딴한 씨를 만들었을까 요 쪼그만 씨알 하나가 염주 되어 온 정신을 쥐락펴락한다 키 큰 나무일수록 꽃과 열매가 작다 장미 모란 백목련같이 화장 덧칠한 얼굴값 생색만 내다가 제대로 된 열매 하나 맺지 못하는 나무보다는 느티나무 팽나무 회화나무같이 하찮고도 보잘것없는 꽃과 열매를 가진 나무들이 땡볕 타들어가는 하늘 아래에서 시원한.. 더보기
퇴벽(頹壁) 꽃을 위한 디카시집 [꽃으로 보는 세상] 퇴벽(頹壁) 다 무너져 앙상하게 뼈만 남아도 풀 나무 기댈 수 있는, 영원히 성벽(城壁)이고 싶은 자식 위해 평생 몸 바치다 허물어진 아! 어머니 더보기
마지막 소원 꽃을 위한 디카시집 [꽃으로 보는 세상] 마지막 소원 늦가을 오솔길을 뒷짐 지고 걷는 이 누구신가 근심 걱정 아픔들 다 무심하게 낙엽으로 내려놓는, 우리들 마지막 뒷모습이 꼭 저랬으면 더보기
꿈이었을까 꽃을 위한 디카시집 [꽃으로 보는 세상] 꿈이었을까 6.25 한국전쟁 때 겨우 두 남매만 살렸다고 평생 눈물로 허리 휘셨던 할머니, 불현듯 내 앞에서 열두 남매 모두 살려내어 옹기종기 한 무릎에 앉혀놓고 얼굴 가득 합죽웃음, 더보기
오히려 어지럽다 꽃을 위한 디카시집 [꽃으로 보는 세상] 오히려 어지럽다 이런 세상 보자고 한강물은 이토록 열심히 달려온 것이냐? 죽을 힘 다하면 삶의 끝 황홀하진 못해도 아름다운 밤일 거라고, 먼 길 왔는데 더보기
나무의 귀 — 선정릉에서 꽃을 위한 디카시집 [꽃으로 보는 세상] 나무의 귀 — 선정릉에서 선정릉 어두컴컴한 숲속 갈참나무 두 왕의 한탄소리 진저리 날 만도 한데, 혹시라도 서울시민들 허튼소리 들려올까 귀 활짝 열어놓고 있다 더보기
셋방살이하면서도 꽃을 위한 디카시집 [꽃으로 보는 세상] 셋방살이하면서도 오갈 데 없는 목숨 불쌍타 여겨 품었더니만, 이젠 아예 집 내놓으라 시퍼런 목소리로 으름장이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