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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금강아지풀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금강아지풀 누구도 못하는 일 온 하늘 금칠 입히려고 붓을 빼어 들었나 얄상한 줄기 하나로 허리 한 번 굽히지 않고 공중에 들어올린 꽃덩이 얼마나 무거울까 모깃불 연기로 그을린 세상을 개금하려는가 휘둥그레진 가을하늘 새파래진 얼굴로 파르르 입술만 떨고 바라보던 눈길 빳빳이 굳어져 내 몸도 돌이 되고 말았네 ※ 금강아지풀 : 벼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에 흔히 자생한다. 줄기 밑동이 납작하고, 잎은 선형으로 편평하며, 밑 부분과 엽설에 긴 털이 있다. 7~8월에 황금색의 꽃 이삭이 줄기 끝에 원통형으로 달리며 꽃이 피는데 황금색의 강모(剛毛)가 빽빽하게 나있다. 9~10월에 타원형의 둥근 열매가 붉은 자주색에서 .. 더보기
무릇 [새싹] [잎]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무 릇 이 세상에 꽃으로 왔으면 반짝 피었다 지고 마는 짧은 생일지라도 은은하게 향기는 남기고 가야지 타는 여름 말라버린 강을 건너왔으면 그래도 길고 질긴 목숨 아니던가 작아서 더 초롱초롱하게 가을밤 별빛 같은 그런 꽃을 피워야지 무심한 짐승들도 가끔 쳐다보며 그렁그렁해지는 눈망울 그 깊은 우물 화안히 비추는 등불 하나 걸어두고 가야지 ※ 무릇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이나 밭에 흔히 자생한다. 비늘줄기는 계란형으로 둥글고, 겉껍질은 검은색이며, 밑에서 가는 뿌리가 나온다. 여러 장의 잎이 밑동에서 나오는데 선형으로 끝이 날카롭고 부드러우며 보통 2장씩 마주난다. 꽃줄기는 곧게 서는데.. 더보기
미역취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미역취 갑작스런 사고 시신경을 다쳤는가 보다 끝나지 않는 후유증 백내장이란다 마음의 창에 성에가 끼었으니 세상 안팎을 내들여다볼 수 없단다 세정액 뿌리고 클린타올로 더운 물 적셔 성에를 닦아내야 한단다 지금 길가 언덕 산비탈에는 갈색으로 마르는 서늘한 가슴 노랗게 녹여주는 미역취 꽃 한창이라는데, 볼 수 없는 그리운 얼굴 어떡하나 성에는 닦아내면 되지만 문 닫고 커튼 드리운 채로 눈감고 한 달을 살아야 한다는데, 감은 눈 다시 뜨고 커튼 걷어 올려 창문 열고나면 겨울하늘, 그대 떠나는 길 작별 인사도 나눌 수 없단다 그대를 바라보는 기쁨으로 늦가을 하늘이 포근하게 맑아지고 출렁이는 겨울강도 따뜻했는데, 밤새도록.. 더보기
태백제비꽃 [새싹]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태백제비꽃 어서 오게나 반가우이 미안하긴 그런 말 말게나 바쁘게 살아야 되는 세상 소식 전하기가 어디 쉬운가 찾아오긴 더 어려웠겠지 소식 없어도 잘 있으리라 믿고 있었네 떨어져 있어도 바람결에 묻어오는 자네 향기 맡고 있었네 우리들 향내 자네도 맡고 있지 않았던가 병든 몸이면 어떤가 잘 찾아왔네 금강제비꽃 뫼제비꽃 태백제비꽃 우린 죽마고우 아닌가 오래도록 떠나 있던 고향 낯설겠지만 그래도 고향 아닌가 곧 친숙해질 걸세 걱정 말게나 몸 추스르면 떠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네 여기서 이렇게 꽃 피우고 있으니 마음 편히 가지게나 그 동안 못한 얘기 어떻게 꽃 피우며 살았는지 회포나 풀면서 고단한 몸 쉬게나 푸른 하늘 바라보며.. 더보기
꽃밭을 여는 말 / 꽃에게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꽃/밭/을/여/는/말/ 꽃에게 풀이건 나무이건 꽃 피우는 일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 세상을 살면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스러지는 생명 한둘이겠느냐. 꽃을 피울 때 열매 맺기를 바라지 않는 꽃이 또 있을까. 처음부터 화려하게 피는 꽃일수록 향기 짙은 꽃일수록 오히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법, 주어진 목숨이어도 땀 흘리며 살다 보면 꽃이 피고 열매도 맺는 것이거늘. 씨앗이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꽃아, 너는 너무도 잘 알지 않느냐. 더보기
서문 / 향기로운 풀과 나무의 노래들 (글 : 김재황)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序/文/ 향기로운 풀과 나무의 노래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金承基 시인은 야생화 시인이다.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야생화를 사랑하고 야생화를 노래한다. 그와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나 또한 나무와 풀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있으려니와, 나의 벗 李聖善 시인이 그의 은사(恩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金承基 시인은 나를 ‘사숙(師叔)’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난 2004년, 그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일년여 남짓의 피나는 노력으로 마침내 땅을 딛고 일어섰으나, 지금도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 상태에서 이번에 金承基 시인은 세 번째 야생화 시집을 .. 더보기
종결시 / 꽃 ㅡ 내가 사는 이유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終/結/詩/ 꽃 ― 내가 사는 이유 꽃으로 살아야지 풀꽃이어도 좋고 나무꽃이어도 좋은 다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게 향기는 없어도 그만 있더라도 진하지 않게 야생의 꽃으로 살아야지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빗소리로 얼굴 씻으면서 맑은 빛깔로 웃음 지어내는 햇살이 어깨 어루만지고 별빛이 마음 헹구어 비추는 사랑으로 꽃 피워야지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꽃으로 사는 일생 목숨 다하는 날 말하리라 피운 열정만큼이나 까맣게 지우면서 한 바탕 신명의 춤이었다고 말하리라 전생에서 지은 죄 갚지도 못하고 다시 더께로 앉는 내생에서 풀어야 할 사랑의 죄업 그것이 행복이었다고 말하리라 더보기
산괴불주머니 [새싹]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산괴불주머니 목을 길게 자루 달린 주머니 둘러메고 바람으로 산다 날마다 하늘 바라보는 일 햇살 주워 담고 별빛 내려 담고 물소리 새소리 꼭꼭 눌러 담고 그리하여 항아리 술 익듯 터지는 소리들을 산새가 날아와 쪼아 가고 다람쥐가 달려와 집어 가고 토끼와 노루가 뛰어와서 물어 가는 절로 채우며 비우며 샛노랗게 젖고 마르는 주머니 목숨 달과 별이 뜨고 해가 뜨고 채우지 않아도 가득 차는 주머니 안의 세상 너무 넓고 가볍다 ※ 산괴불주머니 : 양귀비과의 두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 산의 습한 곳에 자생한다. 전체가 분백색을 띠면서 줄기는 곧게 서고 속이 비어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2회 깃꼴겹잎으로 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