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썸네일형 리스트형 헐떡이풀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헐떡이풀 사는 일이 숨차다고 너무 헐떡이지 말게나 천식 걸린 세상 누구나 병 한 가지는 품고 사는데 유독 네게만 힘든 건 아니잖느냐 조금 늦었다고 조바심하지 말게나 주저앉지 않고 걷는 길 길게 숨 한 번 고르고 나면 하얗게 꽃이 피는 걸, 어느 꽃인들 예쁘지 않겠느냐 빠르게 달리는 세월 아랑곳없이 느린 걸음걸이로 천천히 산천을 바라보는 것도 큰 행복 아니겠느냐 그렇게 헐떡이지 말게나 이 세상 어디에 꽃을 피우지 못하는 풀 나무 있으랴 ※ 헐떡이풀 :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울릉도 깊은 산 계곡의 습한 나무 그늘 밑에 자생한다. 전체에 털이 빽빽하게 나있고,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는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모여.. 더보기 오미자 [새순] [잎]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오미자 세월이 덩굴 되는가 구불텅구불텅 세상을 휘어 감으며 온몸으로 살아온 세월 오늘은 또 무슨 빛깔로 어떤 꽃을 피워낼까 오래 묵혀 두었던 그리움을 휘영청 덩굴 끝에서 피우는 붉은 빛 감돌아나는 황백색의 꽃 메마른 땅 무미건조한 돌각서리 틈에서도 맵고 쓰고 달면서도 시고 짠 다섯 가지 맛으로 약을 빚어내는 사랑의 요리사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나도 이제는 너처럼 삶을 요리하는 마술사 될 수 있을까 가지마다 주렁주렁 그 열매가 날마다 내 가슴 속에서 붉게 익어간다 ※ 오미자 : 목련과의 낙엽성 활엽 만경목(덩굴나무)으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속 기슭에 자생한다. 잎은 어긋나는데 계란형으로 가.. 더보기 바보여뀌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바보여뀌 바보처럼 산다는 것이 힘든 일이어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잎에 주근깨 돋아도 속상하지 않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녹녹해지는 하늘 사랑이 무거워 고개 숙인 거야 世人의 손가락질이야 그렇게 살지 못하는 부러움과 질시의 눈빛 아니겠니, 살짝 눈 감으면 그만이지 비리와 권모술수와 질투를 감추고 스스로를 잘난 듯 우쭐대는 꼬락서니 치켜뜨고 볼 수 없어서 흐르는 세월의 물가에 우두커니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수함을, 오히려 바보라고 부르는 게 세상 인심인 거야 맵지 못하다고 자존심도 없을까 세모진 씨알 속에 감춘 마음 꽃으로 피우면서 그냥 바보처럼 사는 거지 黙言, 그게 비겁한 건 아니야 각박한 세상을 외면하고 물가에서 촉.. 더보기 꿩의바람꽃을 아시나요 [새싹] [잎]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꿩의바람꽃을 아시나요 아주 世俗을 떠난 것도 아닌데, 하루에도 몇 번씩 절간 뒷산을 오르내렸어요. 얼음이 된 눈이 이제 막 녹았을까 싶은 날 동안거로 움츠린 가슴 펄쩍이는 바람 기운에 또 산을 올랐어요. 거기서 만난 꽃, 반가웠지요. 기뻤어요. 물어보았지요. 뭔 이름이 꿩의바람이냐고. 되묻더군요. 무슨 일로 이 산중에서 오래도록 세월을 애써 흘러 보내느냐고. 아차, 싶었지요. 말 못하고 쳐다만 보았어요. 빙긋이 웃으며 말하더군요. 그런 질문 수 없이 들어 이젠 이골이 났다나요. 세월의 바람에 무뎌졌대요. 그러면서 또 말하더라고요. 마음을 비웠다 비웠다 하면서도 세상살이에 부대끼다 속상하여 지금 내 앞에 .. 더보기 거북꼬리 [잎]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거북꼬리 이름이란 게 본디 생긴 대로 특징지어진 대로 그렇게 부르는 것 아니겠니 크지도 화려하지도 못한 향기 없는 꽃을 달고 거북의 꼬리 같은 커다란 이파리만 너울너울, 그게 네 모습인 걸 다행스럽게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시덥잖은 풀로 자라 목숨 부지는 걱정 없겠지만, 그래도 어수선한 세상 무병장수하길 빌어 줄 뿐 거북을 닮은 네게서 그저 河圖洛書의 갑골문자를 읽을 뿐 무엇으로 어떻게 뭐라고 무슨 이름을 불러 주겠니 ※ 거북꼬리 : 쐐기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산지의 약간 그늘진 곳에 자생한다. 줄기는 한 군데에서 여러 대가 나오며, 사각형으로 붉은빛이 돈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으로 3.. 더보기 홀아비꽃대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홀아비꽃대 끝없는 외줄기 사랑 그렇게도 외롭더냐 외줄기일망정 꽃송이는 많은데도 무릎이 시려 오더냐 옆에서 벗해 주는 풀 나무들도 따뜻하게 가슴을 품어 주지 못하더냐 둘러보면, 여러 줄기에 많은 꽃들을 달고 향기 흐드러지게 피워내도 늘 허전하다 투덜대는 생명을 보지 못했느냐 길고 가느다란 외줄기 끝에 한 송이밖에 피우지 못하는 꽃도 여럿 있지 않더냐 받는 사랑만이 행복은 아니니라 이 세상에 나온 것은 그 어떤 미물일지라도 서로서로 주고받으며 어깨 기대고 사는 것이니 오로지 준다고만 생각지 마라 애태우지도 말거라 짚신도 짝이 있다 했지만 애달픈 인연으로 속 태우니 보다는 바람으로 흐르는 세월 마음 허공에 걸어 두고 혼자만이 누리는 여유가 오히려 부럽지.. 더보기 등칡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등 칡 칡인가 藤인가 감아 오를 나무가 없으면 땅 위를 멀리 벋기라도 해야지 구불구불 세상을 휘어감지도 못하면서 또아리 틀어 제 몸뚱이만 뱅뱅 돌리고 있으니 나른하게 늘어지는 늦봄이 저렇도록 배배 뒤틀어졌지 않았느냐 누구를 위한 狂詩曲인가 노란 색소폰 소리 힘차게 불어 본들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 없고 뻐꾹새가 홀로 장단을 맞추네 더 가벼워져야 해 굵게 뿌리 내려 두터워진 이파리 파르르 파르르 실잠자리의 날개처럼 하늘거릴 때까지 천년을 기다려서라도 무소유의 眞空 그 블랙홀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영혼의 소리 들을 수 있다면, 지금 홀로 무겁게 부는 색소폰일지라도 감동의 전원교향곡 아니겠느냐 ※ 등칡 : 쥐방울덩굴과의 .. 더보기 별꽃아재비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별꽃아재비 어느 누가 꽃이 아니라 하더이까? 흙먼지 풀풀 일어나는 길모퉁이에서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길고 긴 여름을 뜨겁게 피워냈는데, 설핏 지나치는 눈길로는 섣불리 그런 말 못하지요 어느 누가 별이 아니라 하더이까? 지리한 장마철,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해서 느끼지 못하는 좁은 가슴으로는 함부로 그런 말 못하지요 이제 여름 끝나고 맑은 하늘이 푸르게 높아져 찬바람 부는데, 그곳의 하늘은 어떻는가요? 여름 내내 쌓아올린 정, 무슨 말을 어떻게 하오리까 저기 저곳 어디쯤에서 찬연히 빛나고 있겠지 내 안으로 화안히 안기어 오는 저 빛이 그대의 반짝이는 눈물이겠지 지상에 묶인 몸으로는 그저 말없이 쳐다볼 수밖에는 .. 더보기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31 다음